한국, 세계 엔지니어링시장 점유율 1.9%뿐
국내 건설기준은 신기술 수용 되레 걸림돌
성능중심 전환·코드화·상시 개정 등 필요

우리나라의 해외건설 수주액이 2012년 649억 달러 그리고 올해는 700억 달러를 넘을 것이라고 예측된다. 또한 국토교통부(당시 국토해양부)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조사한 2012년 건설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평가에서도 2011년 세계 9위에서 7위로 올랐다.

그러나 건설엔지니어링 역량 부족으로 고부가가치의 설계 분야에서 국내건설기업의 해외시장 점유율은 2009년에 0.5% 수준에 불과했다. 미국(34.6%), 영국(11.6%), 중국(3.9%), 일본(2.4%) 등 상위 7개국이 세계 건설엔지니어링 시장의 약 80%를 점유하고 있었다. 그리고 2011년 말 세계 건설엔지니어링 시장에서의 국내 건설기업의 점유율은 겨우 1.9%로 높아졌다.

따라서 국가 건설기준의 질적 수준을 높여 고부가가치의 건설엔지니어링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국가 건설기준이란 시설물의 안전·품질 및 공사비와 직결되는 국가의 주요 지적 자산이다. 설계자와 시공자는 반드시 시설물 설계나 시공 시에 이 건설기준을 따라야만 한다. 따라서 국내 기업의 설계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국가 건설기준에 대한 운영·관리 체계의 전면적 개편이 필요하다.

선진국은 국가 건설기준을 지속적으로 연구 개발하여 범세계적으로 이를 통용시켜 세계 건설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의 건설기준은 획일적으로 운영됨으로써 건설발전을 견인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신기술과 신공법들이 현장에 반영되는데 있어 건설기준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예로 국내의 기후, 환경, 교통 패턴 등에 대한 적합 여부가 검증되지 않은 채 선진국의 건설기준들이 적용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와 국내건설업은 현행 건설기준을 면밀히 평가하여 문제점을 개선하고, 매년 약 4000억원이 투자되는 연구개발(R&D) 성과들이 반영될 수 있는 한국형 건설기준을 마련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첫째, 획일적인 설계 및 시공법을 요구하는 규격 중심의 현재의 건설기준을 엔지니어의 창의적인 설계와 시공을 유도하는 성능(능력과 기능) 중심의 기준으로 전환해야 한다. ISO 등 국제기구에서도 기술무역장벽의 해소를 위해 성능 중심의 건설기준을 운영토록 권장하고 있다.

둘째, 현재 전문분야에 따라 별개로 돼 있는 건설기준을 유로코드(EUROCODE)처럼 코드화함으로써 건설기준 내용들 간에 중복이나 상충되지 않게 해야 한다. 또한 현행 평균 6년에서 선진 외국처럼 3년 정도에서 건설기준의 개정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 또한 필요시 이의 상시 개정도 가능하게 해 신기술과 신공법이 적시에 반영되게 해야 한다.

셋째, 건설 R&D, 신기술 등 국내 연구 성과가 신속히 건설기준에 반영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세계적으로 경쟁우위를 가진 국내의 첨단기술 및 친환경 기술 등이 건설기준에 반영되게 해야 한다. 그리고 ITS, U-City 등의 건설기준이 정립되도록 하여 이들 기술이 해외에 진출하게 해야 한다. 또한 녹색(Green) 선도국가로서 저탄소 공법 등 친환경 관련 건설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넷째, 건설기준 관리를 민간에 개방하는 등 수요자 맞춤형으로 개편해야 한다. 즉 학·협회뿐만 아니라 엔지니어, 시공자, 학생 등 누구나 건설기준에 관한 의견 제안이 가능하게 개방형 채널을 운영해야 한다. 또한, 건설기준 내용을 온라인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스마트폰의 앱(App) 등을 활용한 검색기능을 강화함으로써 건설기준 이용자의 편의를 제고해야 한다.

다섯째, 국내 건설공사기준과 글로벌기준과의 연계, 수시 의견수렴, 기준 제·개정 등의 역할 등을 총괄적으로 수행하는 컨트롤 타워 기능의 ‘국가건설기준센터’가 필요하다. 이러한 차원에서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국토교통부는 지난 9월6일 컨트롤 타워 기능을 갖춘 국가건설기준센터를 개소하였다.

해외에서도 유럽표준화위원회(CEN), 미국도로교통공무원협회(AASHTO), 영국표준협회(BSI) 등의 상설 조직이 구성·운영되고 있다. 이 국가건설기준센터는 국토교통부외에 건설기준을 운영하는 타 정부부처들과 건설기준내용을 코드화 등을 하기 위해 기준관리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가 건설기준이 국내의 환경·교통 조건 등에 맞춰 검증·평가된 후 실제 현장에 반영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예산이 확보돼야 한다. 건설기준 개정을 위한 2013년 예산은 2억원에 불과하지만, 향후 건설기준 분야의 확대 및 개정을 위한 연구개발(R&D) 예산에 정부의 재정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   /우효섭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원장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