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감상(4)

인정유만변 人情有萬變
세고일다단 世故日多端
교계역호월 交契亦胡越
난위일양간 難爲一樣看

인정은 시도 때도 없이 변하고
세상일은 하루하루 복잡해지네.
친한 사이였다가도 아주 멀어지곤 하니
한결같이 보기가 영 쉽지 않네.

위 시의 제목인 ‘신수작자경’은 사람과 응대하면서 삼가야 함을 스스로 다짐하기 위해 지었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미수 허목은 임하에서 독서하고 도를 논하는 산림으로 지내다가, 명망이 높은 인사를 국왕이 직접 초빙하는 제도가 마련됨에 따라 56세 되던 해에 능참봉에 제수되었고, 81세가 되던 해에는 이조 판서를 거쳐 우의정에 제수되었습니다.

그 사이 남인이었던 미수는 당쟁 속에서 여러 차례의 정치적 기복을 겪었습니다. 산림에 묻혀서 지냈다면야 위와 같이 번민할 일도 적었으련만, 홍진은 그의 마음에 많은 갈등을 일으켰을 것입니다. 시시때때로 끓었다 식었다 하는 염량세태 속에서 늘 변함없는 것을 찾는다는 것은 애초 지나친 욕심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세상살이 속에 번민하는 것은 고금을 떠나 피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내 마음을 나도 잘 모르겠으니, 남들이 내 마음 같지 않다고 한탄하는 것은 아직 내 소관이 아닌 것 같고, 일하느라 정신없이 바쁘다고 하지만 매 순간 집중했는가를 생각하면 할 말이 없습니다. 이런가 하면 저렇고 저런가 하면 이런 일상 속에서 어리숙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고 번민하느라 일을 또 보탭니다.  

조선 성종 때 불우헌 정극인(1401~1481)은 ‘상춘곡’을 지어 자연에 묻혀 안빈낙도하는 생활을 노래하였습니다. 이 곡 첫머리에, “홍진에 묻힌 분네 이내 생애 어떠한고? 옛사람 풍류를 미칠까 못 미칠까?” 라고 한 내용이 있습니다. 춘흥에 젖어 자연 속에서 유유자적하는 모습은 보는 사람의 정신까지 개운케 합니다. 그렇다 해도 홍진은 이래저래 떨치기 쉽지 않은 숙제입니다.    <출처:한국고전번역원 한시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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