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산합의 후엔 공사비 누락 등 주장 못해
하자보수 채권 등 누락땐 해석 분쟁 소지
합의 문구는 명확히 기재돼야 손해 없어

공사계약에 있어서 수급업자가 공사를 진행하다가 본인에게 책임이 있든 없든 계약에 따라서 도저히 공사를 완공하기가 곤란한 상태에 있게 되면 계약을 해지하게 되는 데, 이럴 때 예외없이 작성되는 것이 흔히 ‘정산합의서’, ‘타절합의서’, 혹은 단지 ‘합의서’ 등의 이름으로 공사계약을 중도에 해지하고 기 수행한 공사부분을 확인하며 잔여공사 부분에 대해서는 후속 승계업체로 하여금 공사하게 하는 데 이의가 없다는 내용의 문건이다.

실제, 공사계약의 당사자 사이에 가장 중요한 합의는 역시 공사대금의 ‘정산’이 될 수밖에 없는데 단순히 기성고 및 기성 부분에 대한 공사대금의 확정만을 내용으로 하는 것 외에 당해 공사계약과 관련된 모든 공사대금채권을 확정하는 의미로 ‘최종’ 정산합의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만일, 양 당사자 간에 최종 정산의 의미로 합의하는 경우에는 수급인은 나중에 추가 공사대금이 남아 있다는 등의 항변은 할 수가 없다.

건설업계의 관행상으로도 최종 정산의 의미를 더욱 명확히 하기 위하여 실제 합의서에는 ‘모든 공사대금채권은 포기한다’, ‘추후 이 건 공사대금과 관련하여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아니한다’ 등의 문구가 삽입되게 마련이고 합의서의 제목 자체에도 ‘정산합의’라는 명칭이 사용되기 마련이다.

공사계약에 있어서의 정산합의에는 법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효과가 부여되는데, 무엇보다 양 당사자가 정산합의를 한 후 정산과정에서 당해 공사와 관련하여 일부 공사비의 누락이 있거나 혹은 공사비가 과다 산정되었다는 식의 주장은 일체 허용되지 않는다. 물론 정산합의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그 어떠한 사유가 있더라도 효력을 부정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정산합의를 부인하기 위해서는 ‘기망(사기)’, ‘강요’, ‘중대한 착오’ 등 민법에서 요구되는 사유가 있었다는 것이 엄격히 증명이 되어야 가능한 바 이러한 사유가 있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은 매우 힘들고 법원에서의 분쟁사례를 보더라도 정산합의를 깨뜨리는 판결례들을 찾아보기는 쉽지가 않다.

오히려, 공사계약을 해지 후 나타나는 법적 분쟁은 공사계약을 타절하면서 합의서를 작성함에 있어서 명확하게 정산합의를 하는 내용으로 작성되지 아니하고 어설픈 합의서가 작성되는 데서 비롯된다. 계약을 합의해지하면서 단순히 기성고에 대한 확인과 후속업체 선정에의 협조만이 기재되어 있을 뿐 당해 공사계약에서 발생하는 잔여 및 추가 공사 부분과 하자보수 등과 관련된 채권에 대해서 최종적으로 정산한다는 의미의 기재가 생략되어 있는 경우에는 종종 해석상의 분쟁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정산에 관한 합의가 명확하게 기재되어 있지 아니한 경우 특히, 수급인의 입장에서는 계약해지 당시 돌관공사비와 같은 추가공사비를 추후 확정하여야 할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도급인의 입장에서도 사실상 공사계약을 해지한 후 수급인에 대하여 공사이행보증 청구 등 귀책사유에 따른 책임을 더 이상 묻지 않고 다만 기성고에 따른 공사대금 채권을 확정하였다는 취지로 정산합의가 이루어진 것이라고 주장할 만도 한 것이다.

이러한 경우, 대법원에서의 일관된 견해는 “계약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계약 내용을 처분문서인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에는 서면에 사용된 문구에 구애받는 것은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당사자의 내심적 의사의 여하에 관계없이 서면의 기재 내용에 의하여 당사자가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 의미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며, 이 경우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11.29. 선고 2012다44471 판결)는 것이다.

즉, 판례의 견해에 따르면 계약해지시에 합의서가 작성된 경우에 그 내용을 해석함에는 합의서에 기재된 문구에 따라서만 해석하는 것이 원칙이고, 합의문구와 다르게 해석하여야 할 부분이 있다든가 혹은 합의문구에 기재되지 아니한 부분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는 라는 ‘특별한 사정’에 대해서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을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산합의’서를 작성해 주고서는 추가 공사대금을 청구한다든가, ‘정산’에 관한 합의를 명확히 기재하지 않고서 모든 채권에 대하여 정산이 되었다는 식의 주장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으므로 공사계약의 타절 후 작성되는 서면에 대해서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공사계약에 있어서 계약당사자는 일반인과 달리 법률문건에 있어서 어느 정도 전문적 지식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합의서에 기재된 문구에 따라서 보다 엄격히 해석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박영만 법무법인 법여울 대표번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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