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감상(8)

부식기우호 不識騎牛好
금인무마지 今因無馬知
석양방초로 夕陽芳草路
춘일공지지 春日共遲遲

소 타는 것 좋은 줄을 몰랐었더니
말이 없고 보니 오늘에야 알겠어라
석양녘 방초 어우러진 길을
봄날도 함께 느릿느릿

오늘날 우리는 “빠름, 빠름”을 수도 없이 외치며 살아가고 있다. 국가 정책이건, 제품 광고건, 학습 방법이건 빠름만이 경쟁력을 지니는 미덕인 양 소리 높여 말하고 있다.

전통문화의 단절을 초래했던 일제강점기의 내상이 치유되기 전에 한국전쟁이라는 지울 수 없는 외상을 입은 우리나라는, 몸과 마음이 모두 만신창이가 된 상황에서 ‘국가재건’이라는 부정하기 힘든 거국적 목표 아래 주위는 전혀 돌아보지 않고 오직 전진만을 강조하게 되었다. ‘하면 된다’는 각오와 ‘중단 없는 전진’을 요구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사람들은 “바쁘다 바빠”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고, 내 갈 길만 바빠 옆은 돌아보지를 않았다.

그리고 세상도 빨리 변화하고 있다. 인간의 역사가 시작된 시점부터의 모든 변화보다 최근 100여 년의 변화가 더욱 가파르다고 어느 학자는 말하기도 하였다. 이제는 사람들도 지쳐버린 듯하다. 그래서인지 얼마 전부터 ‘힐링’이라는 말이 세상의 화두가 되어버렸다. 빨리 스쳐 지나갈 때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걸음을 늦춘다거나 멈추고서 돌아볼 때 비로소 보이게 된다. 우리는 ‘빠름’을 외치면서 무엇을 보지 못하고 있는 걸까? 빠른 속도 때문에 정작 소중한 것은 보지 못한 채 지나치고 있지는 않은가?

현대인의 일상이라는 것이 아마 여유만으로는 살기가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진정 소중한 것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가끔은 속도를 늦추거나 걸음을 멈추고서 주위를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잠시 일상을 멈추고서 옛 친구를 찾아 오랜 추억 속에서 천천히 술잔을 기울여보면 어떨까 싶다. “느림 느림”을 되뇌며….  <출처: 한국고전번역원 한시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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