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가격+기술’ 적격심사는 가격이 좌우
품질 변별력 약해 기술경쟁력 유도에 한계
용역 특성 고려하여 발주방식 다양화해야

우리나라 건설기술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대체로 낮다는 평가다. 특히 설계·엔지니어링 분야의 기술 수준은 시공에 비해 낮다. 이 분야의 해외시장 점유율도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설계·엔지니어링 기술력 향상을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연구개발 예산의 확충과 향후 기술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전략적 투자가 요구됨과 동시에 국내 설계·엔지니어링 업체의 대형화, 관련 건설기술용역 발주 체제의 정비 등이 요구된다.

여기서는 주로 건설기술용역 발주 방식을 기술·품질 중심의 기술발주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우리나라의 건설기술용역 발주 시스템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등에 규정되어 있으며, 건설기술용역업자의 사업수행능력평가기준 등은 국토부가 건설기술관리법규 등에 근거하여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낙찰자 결정 방법에 있어서, 가격결정구조는 건설공사에 적용되는 회계예규 ‘적격심사기준’을 준용하여 국토부에서는 자체 ‘용역적격심사기준’을 설정하여 운용하고 있다. 이 기준에 따라 현행 건설기술용역은 적격심사 방식에 의해 대부분 발주되고 있다.

이러한 적격심사방식은 PQ, SOQ, TP 등으로 구분하여 용역업자 및 기술제안서평가와 가격점수를 합산하여 최저가 순으로 일정점수 이상을 획득하는 업체를 낙찰자로 선정한다. 즉, 낙찰자 선정에 있어서, 용역규모에 따라 기술 및 가격점수의 비중을 달리 적용하고 있는데, 예가가 정확하다면 최소 낙찰하한선이 사전에 결정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물론 이러한 적격심사방식은 기술과 가격점수를 반영하는 종합평가낙찰 방식을 가지고 있지만 최저가로서 용역수행능력이 있는 업자를 선정한다는 적격심사 방식의 기본골격에 충실한 방식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용역수행능력점수가 높은 업자가 가격점수에 의해 낙찰받지 못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되고 있기도 한다. 가격에 의해 낙찰자가 선정됨으로써, 기술경쟁보다는 가격 위주의 경쟁방식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물론 참여업체 간의 기술용역수행능력의 차이가 거의 없다면 최저가격에 따라 입찰한 자가 낙찰자로 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기술용역수행능력의 차이가 있음에도 평가의 변별력 부족으로 그렇지 못한 업체가 선정되는 것은 기술경쟁력 향상을 유인하는 발주제도로서의 기능은 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기술용역발주는 크게 두 가지의 축으로 움직인다고 볼 수 있다. 즉 QBS(기술능력 기반 시스템)와 QCBS가 그것이다. 전자는 기술·품질을 중심으로 용역업자를 평가하고, 최고득점 업체가 우선 가격 협상권을 가지는 경우다. 후자는 기술 및 가격을 동시에 고려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국가계약법규상의 협상에 의한 계약방식이 후자의 예를 따르고 있으며, 적격심사제도도 이러한 유형의 변형으로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가격점수를 어떻게 반영하는가 하는 것이다. 기술점수와 가격점수를 합산하여 최고점을 획득한 업체를 낙찰자로 선정하는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현행 건설기술용역에 적용하는 적격심사기준은 최저가를 염두에 둔 제도적 틀인 동시에 기술평가의 변별력 약화가 가장 약점으로 부각된다.

아울러, 현행 법규에 제시된 설계공모, 건설기술공모 등 공모를 통한 발주방식의 경우 토목분야 용역에는 거의 활용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국가계약법령에 디자인공모의 경우 수의계약이 가능하도록 규정되어 있어, 세부적인 기준 등을 마련하여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또한 건설기술법령에 기술-가격분리입찰에 대한 근거규정을 두고 이에 따른 낙찰자 결정기준을 마련하고 있지만, 거의 적용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발주부서의 입장에서는 가장 편리하고 문제가 없는 발주방식을 적용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는 데도 문제가 있지만, 공사규모, 난이도 등을 고려하여 보다 다양한 발주방식의 틀이 체계적으로 정비되어 있지 못한 결과로 풀이된다.

국가계약법에 낙찰자 결정의 일반원칙을 설정하고, 개별 법규에 관련 용역발주에 대한 권한을 대폭적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현행 법규체계의 전반적 정비와 더불어 발주자는 용역발주 목적과 용역의 특성 등을 고려하여 보다 자율적으로 발주방식을 적용할 수 있도록 보다 체계적인 발주방식의 틀과 매뉴얼이 정비되어야 할 것이다. 기술 및 품질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건설기술용역 발주방식도 이러한 틀 속에서 자리를 잡아가야 할 것이다. /김성일 국토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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