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감상(10)

아동보초설 兒童報初雪
각사로부경 却使老夫驚
세률지장모 歲律知將暮
여생문기령 餘生問幾齡
청춘무구반 靑春無舊伴
백발유신경 白髮有新莖
홀억전두사 忽憶前頭事
종금몰역녕 從今歿亦寧

아이들 첫눈 온다 알려 오지만
늙은이를 오히려 놀래키누나
한 해가 저무는 줄 알겠으니
여생이 얼마인지 따져 보노라
청춘의 옛 친구 이제 없는데
백발의 머리만 새로 더하네
홀연 앞날의 일 생각하자니
이제부턴 죽음도 편안하여라

유집은 사계(沙溪) 김장생(金長生)의 문인으로 학문과 후학 양성에 힘쓴 인물이지만, 이괄(李适)의 난과 병자호란 등 국난을 당해서는 의병을 모아 직접 전장에 나서기도 했던 충의의 인물이다. 이 시는 그가 몇 세 때 지은 작품인지 자세하지 않지만, 내용으로 보아 노년에 첫눈을 맞이하여 감회를 읊은 시이다.

첫눈의 약속을 손꼽으며 기다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각각 저마다의 사연과 감정으로 첫눈은 많은 사람에게 기다림의 대상이 되고, 마음을 설레게 만들기도 한다.

절기상 겨울을 시작하는 때는 ‘입동’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은 입동이 언제인지도 모르고 지나다가 첫눈을 맞이한 뒤에야 비로소 겨울임을 느끼게 된다.

첫눈에 놀라 마음이 무거워지는 사람이 어찌 노년의 시인뿐이겠는가. 어릴 적 눈 내리는 겨울만 되면 어머니는 혼잣말로 중얼거리셨다. “없는 사람 살기는 그래도 여름이 좋은데….”

입동이 지났다. 겨울이 되었다. 사람들의 옷도 그에 맞게 두꺼워졌다. 지금도 가끔 들리는 얘기들을 접해 보면 어릴 적 내가 듣던 어머니의 그 걱정스러운 중얼거림이, 아직도 우리의 주변에 많이 울리는 듯하여 마음이 애잔하다.    <출처:한국고전번역원 한시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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