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인의 집에 가기 위해 아파트 엘리베이트를 탔었는데 막 문이 닫히려고 할 때 코밑이 거뭇거뭇한 학생 대여섯 명이 왁자지껄 떠들며 밀고 들어왔다.

그들의 대화는 반은 욕설이었고, 서로 치고 때리고 발길질하다 보니 순간 엘리베이터 안은 난장판이 되어버렸다. 속으로 ‘버릇없는 애들이구나’ 하고 별생각 없이 있는데 갈수록 가관이었다.

그중 한 녀석이 거울 옆에 선 내 코앞으로 고개를 들이밀고서는 여드름도 짜고 머리도 손질하고 별짓 다하는 바람에 나는 부동자세로 벽에 붙어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녀석은 미안한 기색도 없이 또다시 다른 애들과 장난질하기 시작했다. ‘요놈 봐라’ 하며 참고 있는데 또 이 녀석이 욕설과 함께 친구에게 씹던 껌을 내뱉고는 태연했다.

훈계의 수위를 호시탐탐 체크하면서 참고 있던 나는 이번의 행동은 누가 봐도 확실한 공공의 적(?)이라 판단하고 이때다 싶어 최대한 감정을 누르고 조용히 “껌 주워라” 충고했다. 그런데 녀석의 반응이 상상을 초월했다. 옆에 있는 친구 보고 “야 이XX야 껌 주워라!” 하는 것이 아닌가! 순간 그동안 참았던 분노가 폭발해 버렸다.

“이 자슥이 껌 빨리 안 줍나?”
내 고함소리에 엘리베이트 안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고 껌을 뱉은 녀석은 얼굴이 벌개져서 껌을 주웠다.

그런 일이 있은 후 어느 날 사석에서 우연히 요즘 청소년들의 예의범절에 대해 이야기가 오가던 중 내가 엘리베이터 사건을 이야기하자 참석했던 대학교수들과, 고등학교 선생님들도 요즘 애들이 버릇이 없다는데 동의하며 자칫 잘못 훈계하면 해코지당할 수 있어 조심스럽다고 했다. 사실이 그렇다 요즘 매스컴에 얼마나 그런 사건이 많이 보도되는가? 무서운 세상이다. 그런데 순간 옆에 계시던 회장님께서 “나 같으면 내가 껌을 줍겠다” 하시는 게 아닌가!

순간 나는 큰 망치로 뒷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그렇다! 만약 그때 회장님 말씀처럼 내가 그 껌을 주워서 가지고 나왔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엘리베이트를 탔던 대여섯 명의 애들은 처음에는 어리둥절했겠지만 나중에 그 모습을 가슴에 새기며 생활하지 않았을까. 무언의 행동 하나로 애들을 한방에 교화시키는 수소폭탄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었을 텐데 나는 그런 귀중한 기회를 놓치고 말았던 것이다. 더구나 나는 잘못을 나무라면 그 애가 잘못을 깨달으리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친구들 앞에서 당한 창피함으로 자기의 잘못을 깨닫기보다는 나에 대한 분노를 가졌을지도 모른다.

잘못을 저지르는 청소년을 교화하려면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데 기성세대는 꾸중과 체벌 등 물리적으로 바꾸려 하는 경향이 있다. 회장님의 아주 간단하고 명쾌한 ‘가르치려는 어른이 먼저 껌을 주워라’는 그날의 한마디는 요즘 같은 험난한 세상에 기성세대의 솔선수범하는 참교육 방법이 아닐는지….  /박영기 코스카 경남도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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