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게 개발해도 국내선 시간지나면 사장
해외에 수출하면 새로운 시장 창출 가능
정부도 홍보 등 판로개척 정책적 지원을

올해도 건설업계의 불황은 더욱 심해지면서 중소협력업체의 상황도 심상치 않은 실정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건설업계 지인들을 만나면 요즘 사업이 어떠하십니까라고 안부를 물었지만, 요즈음은 오히려 안부를 묻는 자체가 상대방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실례나 무례로 생각이 들 지경이다.

작년 대선을 앞두고 기대했던 바도 컸지만 지금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이대로 체념만 할 수 없다. 무엇인가 기회를 찾고자 노력해야 한다.

필자는 지난 18년간의 대학 강단과 연구실에서 방수산업 분야의 중소기업과 함께 신기술 개발과 제품 성능 개선, 현장 품질 강화를 위해 산학협력연구를 수행하여 왔다. 그리고 공동으로 개발한 신기술의 권리는 모두 기업이 사용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신기술을 활용하여 관련 기업과 산업은 크게 성장하였고, 국제적으로도 긍적적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이러한 신기술은 보호기간이란 제도에 묶여 보호기간이 끝나면 대부분 사장되고 만다. 그것은 방수 분야뿐만 아니라 약 700여 종에 이르는 건설 분야 국가신기술이 보호기간이 지나면 점차 사장되고 있는 실정이다. 자유경쟁 시장에서 인증받은 신기술만 영구적으로 보호받게 하여, 개발 혜택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는 없다는 것도 틀린 정책은 아니다.

문제는 업계에도 있다. 보호기간이 끝났다고 그 기술을 인정하지 않고, 그것을 사용하면 법적 문제가 있다는 논리로 서로가 공격하다 보니 결국은 시간이 지나면 서로가 인정받지 못하는 업계의 짧은 생각도 큰 문제이다.

이러한 안타까움 속에서 다른 나라에서도 찾기 힘든 이러한 제도 속에서 탄생한 건설 신기술은 우리나라의 중요한 기술 자산임을 새롭게 인식하고 싶다. 비록 우리나라 안에서는 업계와 정부의 입장 상 지속적 보호를 못하는 기술일지라도 국제적으로는 인정받는 우수한 기술이 많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기술을 해외시장에 수출하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가칭 건설 신기술 ‘해외시장 판로개척 사업’을 제안하고 싶다. 이 사업은 마침 필자가 속한 대학에서 교육부 지원사업인 ‘산학협력선도대학육성사업(LINC사업)’의 기업지원파트를 담당하면서 최근 체험하게 된 사례이다.

10여 개의 서로 다른 제품과 기술을 가진 소규모 중소기업이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시장에 처음으로 판로개척을 위해 나선 것이다. 이들 중소기업의 기술과 제품 설명서를 모아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시장에 보내 주고, 관심 있는 바이어 리스트를 사전에 작성하여 참여한 중소기업에 제공하고, 현지에서 이들과 수출 상담을 하도록 하는 사업이다.

지금 동남아, 러시아, 중동 지역의 주변 국가들은 아직도 건설 시장이 살아 있는 나라들이 많다. 또한 우리나라는 지난 10여 년간 미국, 일본, 유럽, 중국 중심의 국제 건설시장 구도를 깨면서 약진하여 왔다. 이젠 해외 건설시장은 대기업의 몫만은 아니다. 우수 건설신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을 모아, 관련 신기술을 해외 시장에 홍보할 필요가 있다.

이미 해외 선진국에서는 무수히 많은 건설관련 페어(Fair) 시장이 열린다. 이러한 시장에 우리나라 건설 신기술을 소개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신기술 보유 업체는 해외 시장 진출 경험이 없고, 기술 및 상품 판매를 위한 해외 바이어를 찾는 노하우도 부족하다. 그러니 생각할 엄두도 못내는 것이다. 이를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건설 신기술의 사장은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1개 기업에 지원하는 예산도 그렇게 크지 않다. 항공료와 기술 전시용 부스 설치비 정도이다. 이러한 기회를 통해 해외 고객 혹은 바이어를 상대로 자신들의 기술과 제품을 설명하고, 그들의 관심을 끄는 전략을 세울 수 있다. 10개 기업 중 1~2개의 기업이 성공해도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커다란 성과이다.

비록 대기업이 해외시장에서 들여오는 실적과 액수와는 비교할 수 없지만, 중소기업 차원에서 어렵고, 알차게 개발한 신기술을 해외시장에 수출하는 쾌거는 중소기업의 자긍심을 높이고, 새로운 해외 건설 시장 창출이며, 이것이 창조경제인 것이다.

현재 정부에서 지원하는 수많은 R&D 사업에서 실질적으로 매출이 형성되는 사업화에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다. 또한 그동안 신기술 개발을 위해 기업은 많은 비용을 사용했다. 알토란같은 국가 기술 자산이 그대로 사장되는 것은 아까운 일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새로운 신기술을 연이어 개발한 것도 어려운 일이다, 기존의 보유기술을 계속적으로 활용하고, 외화 획득의 수단으로 탈바꿈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러한 전략은 기업 혼자서 추진하기 어렵다. 정부가 조금만 신경쓰면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국내 건설산업의 해외 진출은 반드시 대기업만이 해야 하는 역할이 아니며, 미래 지향적 상생 발전차원에서도 중소기업 기술의 해외 수출 기회 제공은 필요하다.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통한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하여 적극적인 정부 지원을 기대한다.  /오상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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