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인호
코스카 중앙회 
경영지원실장


결산일기준 기업의 자산 부채 등 재무상태를 표시하는 대차대조표와 특정기간 수익과 비용 등 기업의 경영성과를 표시하는 손익계산서라는 것이 있다. 대표적인 기업회계 용어이긴 하지만 가정에 비유한다면 주부들이 작성하는 가계부라고 보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12월 결산법인의 경우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태에서 기업의 가치와 이익을 높이기 위하여 막바지 안간힘을 쏟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행위가 기업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세계, 국가, 개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IMF는 지난 10월 세계 경제전망 수정 보고서에서 연초보다 세계 경제성장률을 2.9%로 더 낮게 조정했으며, 한국경제는 지난 11월 OECD 발표에 의하면 2012년 2.0%에서 2013년 2.7%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2년보다는 나아졌지만 세계 경제보다는 낮은 수치다. 
 
세계경제, 국가경제를 걱정하기에 앞서 나 자신의 2013년 손익계산을 한번 따져봤더니 대충 연봉과 지출액을 비교해 보니 마이너스를 면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13월의 월급인 연말정산이 있어 다소 플러스요인이 있긴 하겠지만 크게 도움은 되지 않을 것 같다. 이건 나 같은 월급 생활자의 얘기이고 자영업자나 계약직근로자 등 더 어려운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입장은 더 가혹하지 않나 싶다.
 
국민 개개인의 노력만으로 이루어낼 수 있는 성과는 한계가 있다. 반드시 정부와 국회가 책임지고 감당해야 할 역할이 제대로 가동돼야 한다. 그러나 2013년을 마무리해야 하는 이 시점에서 과연 정부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식물국회가 국민의 민의를 대변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과거 대통령선거에서 모 후보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국민여러분 살림살이 나아지셨습니까?’ 정부와 국회는 이 물음표에 답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 
 
국회 계류 중인 취득세 영구인하, 8.28 전월세 보완대책 등 민생법안은 야당 역시 긍정적 입장을 취한 만큼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높았으나, 그들만의 리그인 정쟁 앞에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2013년 손익계산을 따지다 옆길로 샜지만 얼마 남지 않은 2013년 12월 한 달은 하기에 따라서는 11개월간의 손실을 메울 수 있는 충분한 기간이 될 수도 있다. 다행히 여야가 힘을 합쳐 마지막까지 국민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해 주고 정부가 실기(失機)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저물어 가는 뱀띠 해에 낡은 허물을 벗어던지고 빛나는 껍질을 가진 새로운 뱀으로 탄생하기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