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감상(12)

미개조조상혐지 未開躁躁常嫌遅
기성충충경파쇠 旣盛忡忡更怕衰
시식소옹투물리 始識邵翁透物理
간화유취반개시 看花惟取半開時 

피지 않았을 땐 조바심에 더디 핀다 저어하다가
한창 피고 나면 애태우며 조락을 다시 걱정하여라
이제야 알겠네 소옹이 사물의 이치 꿰뚫어보고
꽃을 볼 때 반개한 때만을 취한 그 이유를
 
이 시는 먼저 ‘매화(梅花)’ 2수를 읊고 난 뒤 매화에 대한 감상이 미진하였던지 남은 생각을 다시 2수로 읊은 것 가운데서 두 번째 시이다.
 
이 시의 첫 수는 역대 매화시의 주제와 별로 다르지 않다. 겨울의 추위를 무릅쓰고 피고야 마는 그 고고한 기상은 여느 화사한 꽃들과 봄을 다투지 않고, 속살까지 하얀 그 빛깔은 흩날리는 눈보다 오히려 더 흴 정도이다. 바람이 불어오면 그 향기가 은은하게 공간을 가득 채우고, 겨울밤 달빛 아래 매화 그림자는 춤을 추듯 일렁인다.
 
책상에 놓인 매화 한 가지를 바라보며 시인은 매일같이 매화를 노래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꽃이 피면 언젠가 지는 것은 자연계의 이치인 법. 생명은 성쇠의 이치를 벗어날 수 없다. 그래서인가. 꽃이 피기 전에는 어서 꽃이 피었으면 하고 아이처럼 바라더니 꽃이 활짝 피고 나서는 덜컥 노인처럼 조락을 걱정하는 마음이 일어난다. 이제 저 꽃이 지면 또 한 해를 기다려야 할 터인데. 이때 문득 착잡한 시인의 마음속으로 옛사람의 지혜가 떠오른다.
 
‘물극즉반(物極則反)’이라는 말이 있다. 이 세상의 모든 사물과 현상은 극에 이르면 반대로 되돌아가게 된다는 뜻이다. 이 이치를 알아 노자는 “족함을 알면 욕되지 않고 그침을 알면 위태롭지 않으니, 장구할 수 있다”라고 말했을 것이다. 지금 이 세상에 사는 우리들은 온통 ‘극(極)’만을 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문득 되돌아보게 된다. <출처: 한국고전번역원 한시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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