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감상(13)

첨득신면십재금 添得新綿十載衾
경교온난벽한침 更敎溫煖辟寒侵
야장와온몽두수 夜長臥穩蒙頭睡
창외수지설만림 牕外誰知雪滿林

십 년 묵은 이불에 새 솜을 넣어서
다시 그 따스한 온기로 추위 막으려 하네
긴긴 밤 누워 머리 파묻고 잠들기 좋으니
창 너머 숲을 뒤덮은 눈이야 누가 상관하리

오래되어 낡고 닳은 이불이 있다. 십 년이나 되었다. 누가 한 이불을 십 년이나 덮는단 말인가? 그런데 십 년이나 덮은 이불을 뜯어 속에 든 솜만 갈아 넣는단다.

오래된 솜은 뭉쳐서 보온의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므로. 이제 솜 갈고 바느질해서 이불을 다시 손질했으니 눈 덮인 밤 덮고 누우면 엄마 품처럼 포근하여 세상모르고 잠들 것이다.

이불은 솜을 갈았으니 십 년은 더 덮을 수 있을 것이다. 어머니가 정성스레 만들어주신 옷이니 자식이라면 차마 버리지 못할 것이다. 단벌옷을 십 년 동안 알뜰하게 입어 왔으니 닳아 없어지지 않는 이상 몸에 익은 옷을 버릴 것이 무어랴?

아무리 물건이 귀한 시대였다지만 해지고 닳아도 버리지 않았던 것은 어째서일까? 요사이 이제는 거의 사라져버린 LP판으로 음악을 듣는 것이 유행이란다.

디지털 시대에 LP판이라니. 어쩌면 물건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포옹하고 싶은 것이 우리의 본성인지도 모르겠다.      <출처: 한국고전번역원 한시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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