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가낙찰제 유보로 기술제안입찰 부각
공사환경 무시땐 가격중심 평가로 변질
발주자 책임·시공자 공법역량 강화해야

최저가낙찰제도가 2년 뒤로 연기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폐지보다 유보를 택했다. 최저가낙찰제 보완이 아직 미완성 단계이기 때문이라는 게 정부 책임부처의 설명이다. 대부분의 중소기업군은 최저가낙찰제 하한선이 100억원대로 낮아지지 않은 것에 안도하는 모습이다.

최저가낙찰제가 숨고르기에 돌입했다. 최저가낙찰제에 내재된 문제점을 완화시키기 위한 조처로 거론되고 있는 기술제안입찰과 종합낙찰제의 본질적인 문제점은 누구도 거론하지 않는 이상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정부 측이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방향성을 보는 산업체들의 시각은 기술제안보다 가격입찰로, 최저가낙찰제와 다름없이 갈 것이라는 불안감이 대세다. 정부 측으로부터 위탁받은 연구기관은 확정하진 않았지만 종합평가제로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기술제안입찰방식과 종합평가방식은 전혀 별개 방식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보완적인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호도되고 있다. 현행 설계와 시공 생산구조, 그리고 중앙조달방식 등 단계별 역할분담을 그대로 둔 채 단지 입·낙찰방식만을 변경하면 되는 것처럼 오해하고 있다.

기술제안입찰방식부터 살펴보자. 시공입찰만을 허용하는 해외건설공사의 경우다. 발주자가 대표공종의 물량과 도면 및 시방서를 제공한다. 국내 내역서 물량과는 큰 차이가 있다. 대표물량이란 시설물공사에 영구적으로 설치되는 공종(예, 콘크리트와 철근 등)에 국한된다. 가시설에 해당하는 거푸집이나 비계, 창고와 현장사무소 등 가시설 물량은 제외된다. 국내의 경우는 영구시설과 임시시설을 따로 구분하지 않는다.

기술제안이 대안설계와 다른 점은 설계엔지니어링이 생산한 설계도면이나 시방서에 변경이 허락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설계대안(alternative design)방식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설계도면과 시방서에 설계변경을 가한다는 의미는 목적물의 통합성(integrity)과 안정성(stability), 안전성(safety)과 품질(quality)에 대한 책임소재를 변경시킨다는 것과 동일한 해석이다. 설계엔지니어링의 설계 책임이 시공입찰자에게로 옮겨가는 게 설계대안 입찰이다. 그렇다면 기술제안입찰방식이란 설계변경이 아닌 공법 변경에 불과해야 한다. 즉, 공사용 가시설과 임시가설물에 국한된 공법과 기술 대안입찰 성격이다.

기본설계기술제안입찰과 실시설계기술제안입찰로 선택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두 가지 방법 모두 설계는 설계자에 의해 수행됨을 전제로 하고 있다. 시공입찰자가 제안할 수 있는 것은 시공법에 국한되는 가설공사와 가시설물임에도 불구하고 설계변경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인식차이가 있다. 내역서에 담긴 영구자재 물량은 변함이 없어야 한다.

기술제안입찰에서 가시설공사는 입찰자 제안에 따라 큰 차이가 날 수 있다. 이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가격이 아닌 공법 심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제출된 기술력을 평가하는 것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주관적인 평가에는 평가자의 역량과 공사 여건과 공사장 주변 환경에 대한 이해력이 필수다. 이 세 가지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기관은 개별 발주기관밖에 없다.

기술제안입찰방식을 개별 발주기관이 평가하지 않고 현행과 같이 중앙조달기관에서 획일적으로 평가할 경우 당연히 가격 중심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가격만의 평가는 최저가낙찰제와 다름없는 결과로 갈 것이 뻔하다. 산업체에서 우려하는 것도 이유가 있다.

기술제안입찰방식은 설계변경과 공사비 증액에 대한 위험부담을 입찰자에게 전가시키는 방법 중 하나다. 발주자는 설계용역을 통해 목적물의 품질과 성능, 안전성 등은 충분히 확보해 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이를 지키기 위한 목적에서 공사기간과 공사비를 낮추는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 발주자의 목적 달성을 위해 기술제안입찰방식이 탄생된 것이다. 반대로 시공입찰자는 공법기획 및 관리 역량과 설계과실을 정밀하게 따질 역량을 지녀야 한다.

기술제안입찰에서는 시공자 부담이 증가한다. 입찰비용 증가뿐만 아니라 계약과정에서 발생되는 설계변경에 대한 위험부담도 피해갈 길이 없다. 설계엔지니어링과 시공계획 및 역량, 공법계획 등에 대한 역량을 현재보다 상당한 수준으로 올려야 소화가 가능하다.

기술제안입찰방식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를 한 후 제도와 공공기관, 산업체 모두가 선행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을 제시하는 게 급선무다. 발주자의 역량과 책임 확보는 필수조건이다. 기술제안입찰방식이 또 다른 형태의 최저가낙찰방식으로 둔갑하는 오류는 막아야 한다. 기술제안입찰방식을 준비해야 하는 건 산업계도 해당됨은 물론이다. 시공계획 및 공법설계, 설계엔지니어링에 대한 해석 능력을 갖춰야 하는 것이다.    /이복남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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