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인터뷰 -강길부 국회 기획재정위원장

경제민주화는 헌법에 명시, 대기업 사회적 책임 위해 불공정관행 해소하자는 것
보증기관 불합리 약관으로 원사업자 부도 등에 따른 하도급사 피해는 시정돼야
SOC투자는 경제성장에 필수 복지와 대립적인 시각으로 예산을 축소하는 건 잘못
건설침체로 지역경제 타격 주계약자공동도급 적용범위 확대에 힘을 모을 터


강길부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은 최근 본지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경제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기재위도 경제활성화와 서민경제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며 “새해에는 건설산업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건설업계의 관심사인 경제민주화, 최저가낙찰제 폐지, SOC 감축 논란, 주계약자공동도급 활성화, 실적공사비제도 개선 등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강 위원장의 생각을 들어본다.

▷새해가 밝았습니다. 건설업계에 덕담 한마디 해 주시죠.
- 우리나라 건설 관련 산업은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4%에 달하는 매우 중요한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경기침체 장기화로 큰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새해에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지난 정기국회 결산과 올해 기재위 운영방향은.
- 지난 정기국회에서는 거래세인 취득세를 영구 인하하고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허용하는 등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한 법률 개정안이 처리됨에 따라 부동산 거래 활성화에 대한 보다 현실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습니다. 더욱이 올해 경제 전망도 지난해에 비해 다소 개선돼 정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3.9%에 이르고 있는 만큼, 경제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기재위도 경제 활성화와 서민경제 회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각오입니다.

▷지난해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경제민주화가 최대의 화두로 등장했습니다. 위원장님께서 생각하시는 경제민주화란.
- 경제민주화는 말하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나 저는 우리나라 헌법 제119조에 명시적으로 규정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디까지나 우리나라는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는 시장경제가 원칙이고 보완적으로 소득분배, 경제안정, 경제력 남용 방지를 위한 규제와 조정의 필요성을 규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공정한 시장경제와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높이는 방안으로 대기업의 무분별한 중소기업 사업영역 진출, 부당 단가 인하, 담합 행위 등 고질적인 불공정거래 관행을 해소하고 엄정한 법집행과 사회적 견제 장치를 강화해야 하겠습니다.

      ◇강길부 국회 기획재정위원장

▷경제민주화 관련 제도를 국회가 많이 정비했는데 추가로 필요한 것이 있다면.
-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정비는 경제 활성화를 위한 입법으로 봐야 하고 결국 문제는 어떻게 하면 양극화를 해소하면서도 경제적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 것이냐에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경제민주화 입법에 대해서는 국민적 여론과 국내외적 경제 상황을 고려해서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회와 정부의 입법대책과 달리 건설 관련 보증기관의 불공정행위로 인한 피해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 국가 발주 공사의 전 과정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청렴계약의 근거를 만들고 하도급업체와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에게 하도급대금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하도급대금 지급 관련 법령을 위반한 계약 상대자는 향후 모든 공공공사에 발주기관이 하도급대금을 직접 지불하는 것에 합의한다는 내용의 확약서를 제출하는 경우에 한해 입찰에 참가시키는 등의 국가계약법 개정도 있었습니다만 건설공제조합 등 보증기관의 불합리한 약관으로 인해 원사업자의 부도나 하도급대금 미지급에 따른 하도급사업자의 연쇄도산 또는 자금난 초래, 부실공사 유발 등의 문제는 반드시 고쳐져야 할 것입니다.

▷최근 국가건설 기준 체계를 정비하기 위한 건설기술관리법 개정안도 발의하셨는데요.
-건설공사에 관한 설계기준과 시방서 등 건설기준은 공사관계자가 준수해야 하는 기준으로 시설물의 안전, 품질 및 공사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국가의 중요한 지적 자산입니다. 이에 관리주체별로 칸막이 식으로 정비되고 있는 건설기준 체계를 국가 차원에서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국가건설기준센터를 설치 운영하는 내용으로 ‘건설기술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하게 됐습니다. 국가건설기준센터를 통해 전 근대적인 법규나 기준, 관행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글로벌스탠더드로 이행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최저가 낙찰제를 둘러싼 논란도 큽니다.
-최저가 낙찰제는 단기적으로 예산이 절감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계획부터 유지관리까지 총 생애주기 측면에서 보면 품질저하에 따른 하자비용, 유지관리 비용 등이 추가돼 오히려 예산이 낭비된다는 이유로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기피하고 있습니다. 총 생애주기 측면에서 비용구조는 예를 들어 30년 수명을 지닌 건물의 경우 시공비가 1이라면, 유지비가 5, 전체적 운영비가 200에 달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실정을 외면하고 최저가 낙찰제를 의무화하는 것은 지나친 규제이며 지역 중소건설업체와 건설 근로자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일입니다. 이제는 가격 경쟁이 아니라 기술 경쟁이 되도록 유도해야 하고 가격 이외에 품질, 기술력, 계약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총 생애주기 측면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유리한 입찰제도인 최고가치 낙찰제도로 과감하게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SOC예산 감축 논란 가운데 특히 지역·중소업계의 걱정이 큽니다.
- SOC 투자는 지속적인 경제발전에 필수불가결한 생산요소이며 생산유발과 고용유발 효과가 높아서 경제 활성화나 고용안정에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SOC를 복지와 대립적인 시각으로 보고 예산을 축소하는 것은 국민경제의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크다는 지적입니다. 우리나라와 면적이나 인구가 유사한 OECD 국가와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SOC 스톡은 국민소득 2만불 당시 OECD 국가들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아직도 이용자 측면에서는 교통혼잡 비용의 증가, 교통사고 비용, 환경 비용 등 사회경제적 부작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SOC의 지속적 확충이 필요합니다.

소득 3만불, 4만불 시대에 적절한 향후 SOC 투자방향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OECD 국가와 비교 시 도로와 철도의 총연장은 하위권이나 고속국도와 철도 복선은 중위권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교통 시설별로 구분해서 투자 순위를 조정하고 투자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SOC 투자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도시 내 교통인프라 확충이나 낙후지역 지방도로 포장, 취약계층 주거환경 개선, 상하수도 개선, 중소 하천 정비 및 재해·재난방지 시설과 같이 국민생활과 밀접한 기반시설인 생활밀착형 SOC투자는 복지정책의 일환이라고 생각합니다.

▷주계약자공동도급제도가 활성화되면 중소·지역 건설사들의 먹거리도 확보될 수 있지 않을까요.
- 건설산업은 지역내 총생산 비중이 단일 업종 중 최고인 8∼9% 수준으로 건설경기 침체는 지역경제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공생과 동반성장, 규제 완화를 위해 국가 공사의 주계약자공동도급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데 힘을 모아야 하겠습니다.

▷물량도 중요하지만 건설사들의 채산성 확보대책도 요긴할 것 같습니다. 특히 지역 중소건설사들은 표준품셈 개선과 소규모공사에 대한 실적공사비 제외 같은 대책이 요긴하다는 입장입니다.
- 실적공사비는 100억원 이상 대형공사 계약단가로써 품셈보다 20% 이상 하락한 수준입니다. 초저가 하도급에 따른 적자시공, 부도 등도 매우 심각한 상태이고 임금체불, 부실시공, 산업재해 증가 등 고질적 사회문제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 건설산업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문제 인식과 접근 방법, 그리고 미래 지향적인 기술과 가치를 모색해야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건설경기 침체로 해외 시장으로 진출이 활발한데 지원방안이 확충돼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우리나라 건설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낙후된 법규나 기준, 관행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글로벌스탠더­­드로 이행해야 하겠습니다.

먼저, 우리나라 건설기술 기준을 글로벌 수준으로 향상시켜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국내 공공공사 발주제도를 현재의 가격 위주에서 공사능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최고가치 낙찰제도로 개선해야 합니다.
둘째, 현지 언어 구사력을 갖춘 해외건설 핵심인력 양성을 위해 국내 제도권 교육을 실무교육 중심으로 개편하고 대기업의 해외진출 노하우 등을 중소기업에 제공하는 등 해외 건설시장의 정보 분석ㆍ제공 기능을 강화해야 하겠습니다.
셋째, 해외 건설시장에서 비중이 커지고 있는 시공자 금융주선 및 투자개발형 사업 등 발주처의 수요에 부응하는 맞춤형 금융지원 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정책금융 지원규모 확대와 동시에 우리나라 민간 금융기관의 참여를 유도하고, 국가위험이 높은 저개발국 진출을 위해서는 다자간개발은행이나 국제금융기구 등 외부자금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전상곤 기자

■강길부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은 △울산(1942년) △성균관대학교 행정학과 △서울대학교환경대학원 △제10회 행정고시 △건설교통부 건설경제국장·차관 △한국감정원장 △제17~19대 국회의원(3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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