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건설시장에서 더 이상의 양적성장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GDP대비 건설투자비중은 90년대 중반 25%까지 차지했지만 2010년에는 15%까지 떨어졌고, 건설투자액 역시 2010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건설 위기의 현실 속에서 생존을 걱정하는 우리 전문건설인들은 이런 통계자료가 없어도 더 잘 체감하고 있으리라 본다.

최근의 건설위기 극복을 위해 우리 전문건설업계는 새로운 패러다임 구축을 요구받고 있다. 즉 양적 성장의 틀에서 벗어나 질적인 변화를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질적변화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해외진출, 기술력강화, 이업종과의 융합 등 여러 가지 대안들을 꼽을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사용자 중심의 건설문화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동안 건설시장은 힘과 돈의 논리에 지배를 받아왔다. 공공건설시장에서 건설업계는 발주기관을 비롯한 정부와 정치권의 입맛에 맞춰 사업을 펼쳐왔고, 그 결과 건설인들은 흘린 땀의 대가는 고사하고 국민들로부터 부정적인 이미지를 쌓아왔다.

또한, 민간부문에서는 부동산의 투자가치에 중점을 둔 사업들이 주를 이루다 보니 최근의 부동산 거래부진과 건설사 연쇄 부도로 이어지는 자승자박의 단초를 제공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우리 건설산업은 건축물의 사용자를 배려해야 한다. 건설인들은 도시경관에 조금 더 관심을 가져야 하고, 주택의 층간소음문제나 주차난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또한, 역사와 문화에 관심을 갖고 그것을 보존하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 이런 시도들이 이어질 때 건설업의 이미지 개선은 물론이고 새로운 시장이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 

얼마 전 북유럽 건축을 주제로 한 전시회를 둘러보고 북유럽인들의 건축문화가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음을 느끼고 돌아왔다. 그들에게 건축디자인은 문화를 담고,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다음 세대까지 배려하는 종합예술의 한 분야인 듯했다. 

한 가지 예로, 노르웨이의 어느 마을에 위치한 유치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언뜻 보면 우리나라 도시 외곽에 있을 법한 미술관이나 카페 같은 외관을 갖추었는데 유치원이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실내는 더 많이 놀 수 있게 공간 배치가 이루어져 있었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창문 높이를 낮추는 등 작은 부분까지 섬세한 배려를 해놓았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유치원 디자인 작업에 유치원 교사가 직접 참여했다는 이야기였다. 성냥갑 같은 건물에서 뛰어노는 우리 아이들이 언제쯤 노르웨이 아이들의 창의력을 따라갈 수 있을지 답답한 마음도 들었다.

지난해 ‘창조’라는 말이 우리 사회의 큰 화두였다. 창의력을 높여 새로운 경제 부흥을 일으켜야 한다는 정책적 구호에는 많은 이들이 공감했지만, 그 실질적 내용에 대한 모호함은 아무도 설명해 주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 건설인들이 좀 더 미래의 사용자에 대한 배려를 통해 맡은 소임을 실천한다면 우리사회에 창조경제라는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김택승 코스카 인천시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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