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부처의 시각으로 볼 때 건설토목업은 특별한 분야다. 어떤 면에서는 특혜를 받는다는 느낌도 든다.

수요가 없다 싶으면 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을 늘린다며 수요를 창출해 주고,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 제도와 세제를 손대서라도 부양책을 내놓는다. 반도체가 안 팔린다고 정부가 수요창출을 해주지 않고, 세금을 깎아줘 가면서 판매촉진에 나서지 않는다.

범정부적으로 업계대책에 나서는 곳은 부동산과 자동차가 거의 유일해 보인다. 그만큼 딸린 식구도 많고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문제는 정부의 지원들이 과연 장기적으로 봤을 때 건설토목업에 도움이 되기만 했느냐는 점이다. 당장 어려운 상황에서 긴요한 생명수가 되긴 했는데 중장기적으로 볼 때 되레 업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빚은 정책도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것인 SOC 과잉투자다. 국토부는 매년 SOC투자를 늘렸다. SOC 스톡으로 보면 여전히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간 SOC 투자가 요긴한 곳에, 정말 적절한 곳에 쓰였는지는 반성해 볼 구석들이 많다.

당장은 건설업체의 물량을 확보하는 데 효험을 보았지만, 지금은 추가 SOC물량을 찾기가 힘든 지경이 됐다. 도로도 그렇고 철도도 그렇고 더는 지을 곳이 없다는 얘기가 벌써부터 흘러나온다. SOC 과잉투자는 여론도 등돌리게 만들었다.

경기도 용인과 경남 김해의 경전철, 인천공항철도, 지방공항은 방만투자의 대명사로 낙인 찍힌 지 오래다. 4대강도 다를 바 없다. 4대강 사업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고도 대형건설사 간 입찰담합 소식은 국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 줬다.

업계에서 금과옥조처럼 내세우는 취등록세와 양도세 감면 등 각종 세제 감면 조치도 마냥 도움되는 정책인지 냉정하게 따져 봐야 할 문제다.

취ㆍ등록세와 양도세가 줄어든 만큼 정부 세수는 줄어든다. 줄어든 세금은 결국 어떤 식으로든 채우게 돼 있다. 소득세일 수도 있고 법인세일 수도 있다. 갑자기 담합 문제가 건설업계에서 불거진 이면에는 세수확충을 하려는 정부의 노력도 밑바탕에 있다. 또 세금부족은 재투자를 어렵게 만든다. SOC투자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가계부채도 걱정이다. 지난해 정부는 ‘집 사라’며 11조원의 정책자금을 풀었다. 올해도 그 정도 푼다. 세제감면과 함께 저리의 주택자금 지원으로 집 거래량이 일순간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지난해 가계부채가 급증하면서 가계빚이 1000조원을 넘어섰다. 가계의 가계빚 급증은 소비를 줄이고, 소비축소는 결국 내수부진으로 이어진다. 돈이 없는데 집 꾸미는 데 신경쓸 여유가 없고, 증ㆍ개축을 쉽게 하기도 힘들다.

정부는 올 3월 또 하나의 부동산 종합대책을 예고한 상태다. 내수를 살리기 위해서라고 한다. ‘부동산 부양→ 건설업 호황→ 내수활성화’라는 오래 묵은 해법을 또 꺼내들었다. 부동산으로 군불을 때서 내수를 살리겠다는 것이지만 이미 지난해도 4차례 쓴 카드다. 이번에는 단기적 부양책이 아닌 ‘지속가능한 정책’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경쟁력이 없는 업체나 집주인은 서서히 시장에서 도태되도록 출구전략을 쓰는 것도 방법이다. 아프지만 궁극적으로는 시장을 정상화시키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기존과 같은 정책이 통하지 않는다면 역발상도 생각해 ­볼 때다.   / 박병률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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