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은 가늠하기조차 힘든 다양한 법령의  홍수에 묻혀 지낸다. 법제처가 무료로 제공하는 ‘국가법령정보센터(http://www.law.go.kr)’  검색서비스를  활용하면 법령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법제처에는 법제교육과가 있고 다행히 전문교육훈련기관으로 인정받아 시내의 조그만 대지에 건물이 딸린 국유재산을 관리전환받아 법제교육센터라는 이름으로 강의실을 운영하고 있다.

작년 초부터 주로 중앙과 지방 공무원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법제교육을 위해 건물 일부를 수선하고 말끔히 청소하는 등 제법 교육시설의 모습으로 단장을 마쳤다. 그런 와중에 일부 교육생들이 쉬는 시간에 건물 밖으로 나가 담배를 피우고 담소를 나누는 것까지는 좋았으나 주민들의 민원이 잦았다.

결국 흡연실을 따로 두기로 했다. 건물안 흡연실은 가급적 지양하고(준엄한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의 규정을 존중하여), 강의나 주민생활에 방해되지 않도록 건물과의 이격거리 등 여러 궁리를 한 끝에 조그만 부스 형태의 흡연실을 설치하기로 하였는데, 문제는 흡연부스의 설치가 ‘건축법’상 건축신고 대상이 아닌가 하는 점이었다.

관련 법령도 검토해 봤지만 결론은 관할 부서에 문의해 본 후 설치 여부를 결정하자는 것이었다. 소위 법을 다룬다는 법제처에서 무지로 인해 법령을 위반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일말의 불안감도 작용했으리라. 구청 담당 공무원에게 문의한 결과 쉽게 이동 가능한 부스 형태의 공작물인 경우 건축신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답변을 듣고서야 안심하고 설치하여 현재까지 활용하고 있다.

현행 ‘건축법’상 ‘건축물’이란 토지에 정착(定着)하는 공작물 중 지붕과 기둥 또는 벽이 있는 것과 이에 딸린 시설물을 말한다(제2조제2호)고 되어 있고, ‘건축’이란 건축물을 신축·증축·개축·재축(再築)하거나 건축물을 이전하는 것을 말한다(제2조제8호)고 그 뜻을 풀이하고 있다. 이러한 뜻만 봐서는 어떤 형태의 시설물이 건축물이고 어느 정도의 행위가 건축인지 구체적인 상황을 봐서 판단할 것이지 문언만으로는 잘 알기 어렵다.

건축물이나 건축 행위에의 해당 여부에 따라 건축허가나 신고, 건축기준과 관련된 건축법이나 무수히 많은 관련 법령의 적용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그 이해의 첫 관문이 되는 셈인데도 그 첫 관문을 통과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기본적으로 건축은 그 토대가 되는 땅(대지)을 사고 그 위에 건축자재를 구입하여 건축물을 만든 후 본인이 사용(거주)하거나 이를 빌려주든지(임대) 팔든지(매매, 분양) 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사유재산이 인정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사적인 거래가 그 본질을 이룬다고 할 수 있다. 즉 사인 간의 거래를 다루는 민법이나 상법 등의 영역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건축의 기반이 되는 토지의 경우 자원의 유한성이나 일반 재화와는 다른 공공적 성격으로 인해 국가적 차원에서 그 효율적 이용이나 보전 등을 위해, 건축물의 경우에도 안전이나 미관, 나아가 환경과의 조화 등을 위하여 일정한 기준을 마련하고 규제를 하는 등 행정의 개입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이렇게 해서 건축 관련 기준과 규제를 도입하는 행정법령이 광범위하게 발달해 왔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건축법’과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라 할 수 있다.

먼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은 국토의 균형적인 개발과 효율적인 이용이라는 관점에서 국토 개발의 기본을 선계획, 후개발이라는 큰 밑그림을 그리고 그 밑그림을 바탕으로 규제수준(용도지역 등)을 정한 후 거기에 맞게 건축 등 개발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다. ‘건축법’에 따른 건축물의 경우 이러한 규제수준에 맞게 건축이 행해지는 것이다.

이 밖에도 건축물의 종류나 개발행위의 유형에 따라 건축기획 단계부터 건축물 사용 단계까지 무수히 많은 관련 법령이 있다.

또한 이러한 법령마다 자치단체별로 그 특색에 맞게 조례 등에서 관련 기준 등을 정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아 그야말로 국민은 가늠하기조차 힘든 복잡다양하고 쉽게 알기 어려운 법령의 홍수에 묻혀 지낸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현대 국가의 경우 개발행위나 주거형태의 다양화, 정책적 필요에 따른 각종 제도나 규제의 도입 등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법령을 다루는 입장에서 봐도 너무 심한게 아닌가 할 정도로 심지어는 법령정보 검색 전문가를 따로 둘 필요까지 느끼게 하는 실정이다.

그나마 위안은 법제처에서 ‘국가법령정보센터(http://www.law.go.kr)’라는 법령정보 검색서비스를 무료로 충실히 제공하고 있어 조금만 노력하면 어느 정도 만족할 만한 수준의 법령정보를 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로 자랑해도 좋을 만한 서비스라고 자부하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 제공의 책임을 지고 있는 입장에서 앞으로도 좀 더 수요자 중심으로 시스템을 개선해서 어지러울 정도로 얽혀 있는 법령을 조금이나마 더 쉽게 찾아주고 풀이해 줄 수 있는 서비스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김형수 법제처 법령정보정책관

김형수 법제처 법령정보정책관대구 출생으로 영남대학교 행정학과 졸업후 1991년 행정고등고시 제35회에 합격했으며 법제처 운영지원과장, 기획조정관실 기획재정담당관, 경제법제국 법제심의관 등을 요직을 두루 거쳤다. 지난 2003년 미국 시라큐스대학교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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