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선배가 “이제 아파트값이 오르는 거야?”라고 물어 왔다.
“지난해와 달리 연초부터 조금씩 오르는데, 왜요?”
“1년 전에 아파트를 팔려고 내 놓았는데, 지난해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어. 그런데 갑자기 3명이나 찾아오더라고”

서울 목동 주상복합 아파트 30평형대에 사는 선배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선배는 그러면서 “아파트값이 오를 것 같아. 그래서 6억원에 내 놓은 아파트를 5000만원 올렸어. 그동안 너무 떨어졌거든”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침체를 거듭하던 국내 부동산시장이 연초부터 꿈틀대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4·1대책에 이어 8·28대책을 연이어 내놓으면서 그동안 관망세를 보이던 수요자들이 매매에 나서면서 연초부터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대비 지난 15일 전국 아파트 매매값은 0.04% 올랐다. 서울은 보합세를 보였지만 수도권이 0.02%, 지방이 0.09% 각각 상승했다. 특히 강남3구 재건축아파트값 변동률은 0.17%로 높았다.

아파트값이 오를 조짐을 보이자 매도자와 매수자 사이에 팽팽한 ‘기 싸움’도 나타나고 있다. 일부는 매물을 급히 거둬들이고, 일부는 선배처럼 가격을 높이기도 한다.

건설사들은 올해 부동산시장의 호조를 예상하면서 지난해 말 공동주택용 토지를 대거 사들였다. 한국토지주택공사 집계 결과 건설사들은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69필지를 매입해 2012년(12필지)보다 575%로 급증했다. 금액으로는 2012년 1조2381억원에서 지난해 3조7552억원으로 6조2891억원으로 303% 증가했다.

올해 주택 공급도 늘어난다. 한국주택협회는 69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올 분양계획을 조사한 결과 올해 156개 사업장에서 총 13만5055가구를 공급해 지난해(12만9870가구)보다 4.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건설사나 시행사들이 지난해 동탄과 위례신도시의 성공을 보면서 하반기부터 아파트를 지을 땅을 집중적으로 매입했다”며 “올해는 지난해보다 분양뿐 아니라 기존 주택 매매도 어느 정도 활기를 띨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산업은 단순히 시멘트와 철근 등 주택건설업에 그치지 않는다. 도배업과 가구업, 이사업, 전기업, 설비업 등 다양한 업종이 포함된다. 이로 인해 부동산 산업은 서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다.

통계청의 발표를 보더라도 지난해 8월 기준으로 부동산업 관련 종사자 수는 223만명으로 근로자 한 명당 4인 가족 기준으로 환산하면 전 국민의 17.8%에 해당하는 892만명이 부동산 관련 산업에 의존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집값이 2008년 고점 대비 30% 가까이 빠지고, 미분양이 증가하는 등 국내 부동산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건설업이 침체를 겪으면서 서민 경제가 주름살이 깊어졌다. 

올해는 갑오년 말띠해로, 말 가운데 가장 잘 뛰고 힘찬 기운을 내뿜는 청마(靑馬)의 해라고 한다. 청마는 행운을 상징하기도 한다. 청마처럼 부동산 경기가 힘차게 뛰어올라 서민 경제에 햇살이 퍼지길 소망해 본다. /신진호 세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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