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통일’이 화제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한 보수언론이 새해 들어 통일 기획물로 분위기를 잡더니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화답했다. 박 대통령은 스위스 다보스포럼 개막 특별연설에서도 “남북한이 통일되면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주변국 모두에게도 대박”이라고 강조했다.

다소 뜬금없기는 하다. 그동안 진보진영의 통일운동을 백안시하던 보수언론이 통일을 외치는 것도, 남북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도 경색된 상황에서 대통령이 “통일 대박”을 외치는 것도 그렇다. 그렇지만 통일이 화두가 되고, 국민적 관심사가 되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대통령의 말이 아니더라도 통일은 우리 민족에게 대박임이 분명하다. 꼭 경제적인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같은 민족으로서의 동질성을 회복하고, 반세기동안 소식도 모른 채 눈물로 살아 온 1000만 이산가족을 위해서도 통일은 하루 속히 이뤄져야 한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통일은 시급하다. 남북이 통일만 된다면 한국은 ‘40-80클럽’(국민소득 4만 달러, 인구 8000만 명)에 가입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나라로 꼽힌다고 한다. 40-80클럽은 현재 미국, 일본, 독일 등 세 나라뿐이다. 

눈을 좁혀 건설업만 보더라도 통일은 ‘장밋빛’ 희망이 아닐 수 없다. 침체에 빠진 건설업계에 70년대 ‘중동’처럼 ‘북한특수’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북한의 도로, 철도, 통신, 발전설비 등 인프라 시설은 상당 부분이 노후화됐거나 정상 가동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산업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제반 인프라 수준이 열악해 통일 이후 대규모 건설수요가 발생할 것”이라며 “통일은 새로운 건설시장이 마련되는 것을 의미하며, 더 나아가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건산연에 따르면 현재 가동 중인 개성공단 규모의 산업단지 6개(개성 2·3단계, 나진-선봉, 신의주, 해주, 남포, 원산)만 건설해도 약 44조원의 신규 건설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그동안 건설업계는 통일문제는 남의 일인양 다소 소홀했던 게 사실이다. 과거 한동안 남북경협과 교류가 활발할 때도 건설업계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물론 ‘평양 유경 정주영 체육관 건설사업’, ‘개성공단 조성사업’, ‘금강산 관광지구 개발사업’, ‘남포공단 내 평화자동차 공장건설사업’ 등 협력사업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과 규모에 비한다면 초라한 성적표다.

꼭 통일될 때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다. 통일 이전이라도 북한 시장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대북사업이 워낙 정치적 외풍을 많이 받는 터라 불안정한 면은 있지만 그럴수록 경제·문화 등 비정치적인 분야에서의 교류·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비정치적 분야에서 협력이 강화될수록 남북문제에서 정치적 외풍이 작용할 여지는 줄어든다. 개성공단이 좋은 예이다. 남북 간 정치적 이유로 파행을 겪으면서도 개성공단은 멈추지 않고 아직도 돌아가고 있다. 개성공단이 열이 되고, 백이 된다면 남북 어떤 정부도 이를 쉽게 백지화시키지 못할 것이다.     

준비하고, 노력하는 자만이 수확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언젠가는 우리 앞에 펼쳐질 북한 인프라 시장에 대해 미리 대비하지 않는다면 북한시장은 중국이나 외국기업의 잔치판으로 전락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김병국 내일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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