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IT에 기반을 둔 한국의 건설기술력은  해외에서 세계 5위 이내로 평가받아 정부도 건설산업의 중요성과 능력을 인정하고  인식을 바꿔 능동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

소위 최신 6T(IT-정보, NT-나노, BT-생명, ET-환경, ST-우주, CT-문화)기술 분야에서 건설기술은 직접적으로 분류되기 어려운 기술이다. 최근의 건설기술이 IT, NT, ET, ST 기술들과 접목되고 있어서 융·복합기술 정도로 평가될 수 있다.

기술 분야가 6T 기술에 속하지 않으면 미래성장동력 설정을 포함해 국가의 각종 지원체계에서 차별화될 수 있고, 국가 지원의 당위성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다. 국가 R&D예산 배분에서도 한국형우주발사체, 차세대방사광가속기 개발 등과 경쟁해 교량설계기술 예산을 확보하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부분이다.

여러 가지 통계에 의하면 대한민국의 글로벌 건설경쟁력은 7위이고 최상위 국가와의 기술력은 10% 내외의 차이가 있다고 판단된다. 200명 학급에서 7등 하는 것도 어렵지만 10% 기술력 차이를 줄여서 5등이 되기 위해서는 차원이 다른 노력이 필요하다. 무차별적 수주 증대와 성실함만으로 이러한 차이를 극복하기는 어렵고, 핵심 기술력 개발과 국가적 지원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정부에서 공표한 바와 같이 우리는 수년 내에 해외건설 5대강국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건설산업 인식도와 지원정책은 5년 전보다 더욱 후퇴하고 있다. 국가 예산에서 건설 분야는 감축 우선순위가 되고 있고, 더욱이 건설예산이 사회복지예산과 저울질되면서 건설산업 인식도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어느 국가에서나 건설산업은 막대한 경제유발효과를 갖고 있고, 우리와 같이 수출 위주의 취약한 경제 환경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우리나라 건설의 해외수주는 연간 60조원을 달성하고 있다. 자동차 해외수출액을 상회하는 금액이지만, 그만큼을 다시 수입하고 있는 자동차산업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국가 경제발전에 충성도가 높은 산업이다. 해외수출 전력에서 일천한 우주항공 분야 등이 국가의 미래전략산업으로 필요한 부분이지만, 국가 경제발전에 충성도가 높은 산업 분야를 존중해 주는 아량도 필요한 것이다.

아쉬운 부분은 해외에서 우리 건설기술력을 인정해 주는 만큼 국내에서 인정을 받았으면 하는 부분이다. 국내에서 건설산업은 순수 기술력보다는 다른 외적인 변수들로 인해 인식도가 떨어져 있는 점이 안타까운 부분이다. 어린 학생들에게는 마치 복지의 반대말이 건설이 될 정도로 건설산업의 인식도는 저하되고 있다.

일반 국민들은 휴대폰의 크기와 무게가 조금만 줄어도 첨단 산업의 위력을 인정하곤 한다. 그러나 그들이 매일 이용하는 인프라시설들을 보면서 우리나라 건설의 첨단 기술력과 건설산업의 사회기여도를 인식하고 있는 사례는 흔치 않다.

이와 같이 바닥에 떨어진 건설인식도를 변화시키기 위해서 여러 방안들이 필요하다.

첫째, 건설인들의 건설인식도가 변화돼야 한다. 글로벌 건설경쟁력 7위 수준임에도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후진국형 안전사고를 없애지 않고는 인식도 개선이 요원한 일이며, 이를 위해서는 건설현장의 안전불감증 요소들을 과감히 혁신시켜야 한다. 현장 규모의 크고 작음에 관계없이 관행적 방식에 의한 업무처리가 시스템적으로 변화돼야 하고, 소수의 경험적 사고가 다수의 협업적 의사결정체계로 바뀌어야 한다. 또한 아날로그적 프로세스는 디지털 프로세스로 변화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 IT를 포함한 첨단 혁신기술의 건설현장 도입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둘째, 국가기관의 건설인식도가 변화돼야 한다. 정부에서는 현 시점에서 건설 5대강국 진입을 목표로 한다면 국내에서의 인식도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15년 전 국토교통부에서 건설정보화를 위해 도입한 건설CALS의 목표가 건설정보 공유와 Paperless화였지만 그 목표는 달성되지 못하고 있다. 건설CALS체계 등의 운영 과오를 검증해 인식도 개선을 위한 새로운 지원정책이 필요한 시점이고, 수동적인 건설 지원정책들이 능동적으로 변화돼야 한다.

셋째, 학·협회 건설 분야 단체들의 건설인식도가 변화돼야 한다. 현 시점의 건설인식도 문제는 개별 기관의 방안 제시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니고, 단체별로 회원관리를 위한 차원에서 해결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민간기업, 학회 및 협회, 연구소 등이 연합해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하며, 특히 학회는 국가기관과 함께 전략수립의 중심체 역할을 해 건설산업의 국가기여도와 보편적 복지수단으로의 역할을 강조해야 한다.

과거 건설산업이 대표적 3D산업과 아날로그산업으로 인식됐다면, 현재 건설산업은 3D설계시공기술에 의한 첨단 디지털산업으로 변화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IT기반 건설기술력은 세계 5위 이내로 평가되고 있으며, 세계가 우리의 건설기술력을 인정하는 만큼 국내에서 인정받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 아니고 정당하게 평가돼야 할 우리의 모습을 갖고자 할 뿐인 것이다.   /강인석 건설관리학회장·경상대 토목공학과 교수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