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와 부동산업계가 출입처다 보니 최근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주택경기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접합니다. 혹자는 “이미 주택경기가 반등했다”는 희망론을, 누구는 “바닥을 곧 치겠지만 L자형으로 갈 것이다” 는 신중론을, 일부는 “아직 바닥이 멀었다”는 비관론까지 각양각색입니다.

부동산이 국민 자산의 80%를 차지하다 보니 지난해 부동산대책 등의 영향으로 올해 거래가 조금씩 호전되자 한꺼번에 이 같은 의견들이 쏟아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행인 점은 국민 대부분이 부동산경기가 최악이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체감 부동산경기가 다소 나아지고 있다고 여긴다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건설업계의 시련은 여전히 혹독합니다. 특히 지난해 말 시공능력평가 16위인 쌍용건설이 비협약채권자인 군인공제회가 무리하게 700억원대 채권 회수를 시도하면서 위기에 몰리자 자발적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수용하면서 업계를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이 외에도 시공능력평가 100위 이내에 드는 회사 중 18개 건설사가 법정관리나 워크아웃 상태입니다.

게다가 정부도 사회간접자본(SOC)보다 복지에 재정투입의 우선 순위를 두면서 갈수록 공공발주 물량이 떨어지고 원가율이 높아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문제는 주택경기와 공공발주 물량이 줄면 수주자인 대형 건설업체들의 일감이 떨어지고 이는 다시 협력업체에 가야 할 일감이 감소하면서 폐업이나 도산이 불가피해진다는 겁니다. 실제로 쌍용건설이 최근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협력업체들이 받지 못한 하도금 대금만 3000억원에 이르렀고 피해 회사만도 1400여 곳에 이릅니다.

토공, 철근콘크리트 등 4만여 개 회원으로 구성된 전문건설협회는 국가 경제의 실핏줄이자 건설업에 대한 국민들의 체감 경기와 직결됩니다. 그러나 상당수 건설사들이 법정관리와 워크아웃 상태임을 감안하면 1차 협력회사들인 전문건설협회 회원들의 앞날도 결코 만만치가 않은 상황입니다. 건설사들의 어려움이 1차 협력업체인 전문건설업계로, 이는 다시 2차 협력업체인 자재업체들과 여기에 딸린 소규모 업체로 고통이 이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전문건설업체들은 현장에서 “지금 건설경기가 국제통화기금 사태 때보다 못하다”고 고통을 호소합니다. 정부가 부동산경기 부양책을 내도 건설경기가 확 살아나지 않고 그나마 따뜻한 온기마저 1차 협력업체로 내려오지 않고 있어서입니다.

어떻게든 활로를 찾아야 하는 상황. 하지만 성장세의 국가경제가 이제는 저성장 기조로 굳어져 비약적인 건설업황 개선을 재연하기 어려운 구조로 변화 중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고난이 깊을수록 여명이 밝아오듯 협회 회원들 스스로 생존을 위해 특단의 노력을 시도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일부 전문건설업체는 토공 등 특정 공종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스스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영세성으로 전문건설업체 모두가 잘 나갈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제라도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각자의 칼날을 더 예리하게 연마하는 각고의 노력이 더해지면 경기가 개선되기 전이라도 희망가를 부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전문건설업체들이 주로 일감을 따낼 수 있는 주거환경 개선사업이 정부의 원도심 확대를 포함한 구도심정비 계획으로 물량 증가가 예상된다는 점입니다. 힘들수록 파이팅하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저력이 전문건설업계에서도 곧 나타나리라 믿어 봅니다.  /배성재 한국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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