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특약 심사지침 시행으로 하도급 계약문화에 일대 변혁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당사자 간 합의 명분으로 수급사업자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비정상적 관행이 개선될 것이다.”

 
부당특약 심사지침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부당특약으로 인한 수급사업자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하였다.

잠깐 소개하자면, 원사업자가 하도급계약서 이외 특수조건에 설계변경시 하도급대금 미조정, 용지보상 관련 민원비용과 산재 처리비용은 전적으로 수급사업자의 책임하에 처리하도록 명시한 것이 문제였다.

수급사업자는 하도급계약기간 중 용지보상 민원처리비로 약 3억원, 시공공법의 변경(단방향→양방향)으로 약 57억원, 산재 공상처리비로 약 1억원 등 총 61억원의 막대한 비용을 쓰면서도 수급사업자의 책임으로 되어 있는 특약때문에 그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아 결국 부도가 났다는 슬픈 사연이었다.

이 특약으로 인한 큰 피해가 없었더라면 위 수급사업자는 어떻게 되었을까? 적어도 회사존립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며 참으로 딱하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위와 같이 수급사업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음에도 당사자간 합의를 이유로 법망을 피해 원사업자에게 유리하게 이용되었던 부당특약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자 부당특약을 전면금지하는 내용의 하도급법이 이미 개정되어 '14. 2. 14.부터 본격 시행되었다.

다만, 사업자들이 어떤 경우가 부당특약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쉽게 판단할 수 있도록 부당특약에 대한 위법성 판단기준 및 구체적인 예시를 반영한 관련 지침도 이번에 제정되어 '14. 2. 14. 법시행과 동시에 시행되었다.

이 지침 제정을 위해 '13. 10월부터 하도급분야 전문가(교수, 변호사),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대한건설협회, 대한전문건설협회, 대한설비건설협회,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등을 통해 다양한 사례를 수집하고 충분한 의견교환 및 협의과정을 거쳐 지침내용이 보다 현실성이 있음은 물론 객관·합리·타당하도록 하였다.

부당특약 심사지침은 부당특약 관련 위법성을 판단하기 위한 내부지침이기는 하나, 원·수급사업자의 하도급거래의 준거가 된다는 점에서 사업자에 대한 행위규범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대표적인 부당특약 예시로서 현장설명서 등에 명기된 사항이 산출내역서에 없더라도 공사수행상 당연히 시공하여야 할 부분이 있는 경우 수급사업자가 전적으로 비용을 부담하여 시공한다는 약정, 시방서에 특별히 지정되지 않은 품목이라도 전체공사 시공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품목은 산출내역서에 포함된 것으로 본다는 약정,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게 배부한 물량내역서에 구체적인 항목·수량·단위 등을 제시하지 아니하고 견적금액 또는 견적단가에는 하도급공사에 필요한 모든 비용이 반영된 것으로 간주한다는 약정, 주요 자재항목으로 구분되지 않은 소형강재 등의 자재비는 시공비에 반영되어 있다는 약정, 수급사업자는 입찰전 현장 답사, 설계도면 및 시방서를 충분히 숙지하고 입찰내역서를 작성하므로 원사업자에게 어떠한 경우에도 추가비용을 요구할 수 없다는 약정 등을 반영하였다.

또한, 서면에 기재되지 아니한 추가공사 또는 계약사항 이외 시공부분에 대한 비용은 수급사업자가 부담한다는 약정, 하도급공사를 하는 도중에 발생하는 모든 민원을 수급사업자의 비용으로 처리하여야 한다는 약정, 관청으로부터의 건축허가를 수급사업자의 비용으로 받아야 한다는 약정, 수급사업자는 설계변경에 따른 추가공사를 하였더라도 원사업자가 발주자로부터 설계변경에 대한 기성금을 받지 못한 경우에는 수급사업자에게 추가공사로 증액된 금액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약정 등도 반영하였다.

이번 부당특약 심사지침의 시행으로 하도급거래분야의 계약문화가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등 일대 변혁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그 동안 당사자가 합의하였다는 명분으로 수급사업자에게 각종 비용을 전가하는 비정상적 거래관행이 개선되고 비용분담 등과 관련된 특약으로 하도급분쟁이 발생할 여지가 대폭 줄어들 것이다. 아울러 수급사업자들이 정당하게 지급받아야 할 비용이나 대가를 제대로 받는 등 수급사업자의 권익도 크게 신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당특약 계약문화가 개선되기 위해서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원사업자들의 자정노력 및 인식개선이 필요하다. 원사업자들은 계약담당 직원들을 대상으로 교육 등을 통해 부당특약 심사지침을 충분히 숙지하도록 함으로써 계약서에 부당특약을 포함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중소사업자 역시 부당특약으로 인한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서면을 꼼꼼이 따져본 다음 원사업자와 하도급계약을 체결하려는 노력을 하여야 할 것이다.

공정위는 향후 하도급거래의 환경변화에 따라 새로 다양하게 등장하는 부당특약을 신속하게 부당특약 심사지침에 반영하는 한편 하도급거래 현장에서 부당특약이 발생하지 않도록 감시 또한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다. /김석호 공정거래위원회 전 기업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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