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에 사는 주부 A(40)씨는 요즘 인터넷을 통해 부동산 시세를 보는 것이 일과가 됐다. A씨는 매물을 확인한 뒤 부동산 중개업소에 전화를 걸거나 방문해 이사할 집의 가격과 주변 학교 등을 꼼꼼히 체크하고 있다.

내년이면 중학교에 입학하는 딸을 위해 학군이 좋은 지역으로 이사를 결심한 A씨는 사실 지난해 말까지는 아파트 매매보다는 전셋집을 찾았다. 하지만, 치솟는 전셋값으로 전세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전세와 매매가격 차이가 크게 나지 않자 이제는 매매를 신중히 고려하고 있다.

A씨는 “지난 설에 가족들이 모였을 때 화제는 온통 ‘아파트 바닥론’이었다”며 “서울 강남과 서초, 분당 등 ‘버블세븐’ 지역 아파트 가격이 2008년 금융위기 전보다 20∼30% 정도 하락한데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집을 사라는 신호를 잇달아 보내면서 구입 시기를 저울질하게 됐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2월19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폐지와 소형의무비율 완화, 수도권 민간아파트 전매제한 완화 등 부동산 규제 조치 대폭 완화를 발표하자 시장이 즉각 반응하고 있다.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 1단지 11평은 5억9000만원에서 6억2000만원으로, 15평은 8억2000만원에서 8억3000만원으로 1000만∼3000만원 급등했다. 강동구 둔촌주공2단지와 명일동 삼익그린2차, 상일동 고덕주공3단지 등도 정부 발표를 기다렸다는 듯이 500만∼1500만원 상승했다. 집주인들이 내놓은 아파트를 거둬 들이면서 가격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한산하던 중개업소에는 상담 문의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 반포동 B중개사 대표는 “올해 초 18억원이상 하는 한신15차 40∼50형 아파트 2채가 거래되면서 재건축 바람이 어느 정도 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는데, 정부의 재건축 완화 방침이 전해지면서 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아파트값도 1주일도 안 돼 5% 정도 급등했다”며 “정부 방침대로 소형의무 비율이 완화되면 사업성이 없어 주민들의 참여가 저조했던 신반포 3차 등 15층 이하 중층 단지의 재건축사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며 말했다.

분양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현대엠코가 지난해 5월 위례신도시에서 첫 분양한 ‘엠코타운 플로리체’의 청약 경쟁률은 평균 1.63대 1에 그쳤지만, 지난 20일 청약 접수한 위례신도시 2차 엠코타운 센트로엘는 604가구 모집에 7434명이 신청해 평균 12.31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1순위 마감했다.

하지만 국회 입법화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되는 만큼 부동산가격 급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신중론도 대두하고 있다. 민주당은 전월세값이 폭등하고 있다면서 재건축 소형주택 의무비율 완화를 반대하고 있다.

부동산시장의 활성화는 항상 강남에서 시작됐다.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값이 상승하면 일반 아파트 가격이 들썩이고, 시간이 지나면서 강북→ 수도권→ 지방으로 온기가 퍼져 아파트 가격이 오르고 거래량이 늘었다.

일부에서는 아파트가격이 뛰면 서민들의 삶이 더욱 팍팍해진다고 비판하지만 부동산시장이 침체하면서 서민 경제가 더욱 위축된 상황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이번 정책 발표도 강남 재건축 시장이 움직이기 시작했으니 그 여파가 전국으로 퍼질지 조용히 주시해 본다.  /신진호 세계일보 기자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