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없는 산업은 의미가 없다.  시장을 살리기 위한 길을 찾아야 한다.
 현 상태를 방치한다면 공공 및 민간 시장  모두 정상적인 회복이 불가능하게 된다.”

한국건설호의 지금 모습은 주인이 돌보지 않은 방치된 난파선 같다. 건설산업 정책보다 해답 없는 단기적 주택대책이 마치 국가의 건설정책을 대표하는 것처럼 산업과 언론의 관심이 집중돼 있다. 건설투자가 줄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외건설이 한국건설을 살리는 유일한 먹거리처럼 인식되고 있다. ‘내빈외화(內貧外華)’ 현상이다. 속빈 강정이다.

최근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41.3%가 건설에 대해 부정적이다. 국민의 2명 중 1명은 건설을 부정·부패 척결 대상으로 지목하고 있다. 건설공학학회가 실시한 회원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60%가 건설을 부정적인 산업으로 보고 있다. 건설인 스스로가 부정하는 이상한 현상이다.

2013년 영국 건설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49%가 건설산업은 부패했다고 응답했다. 일부 시민단체와 정치권은 국내 공공공사 예정가격에 50%가 거품이 끼였다고 확신한다. 연간 10조~20조원이 비자금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정부 예산낭비의 주범이라고까지 주장한다.

상장건설업체들이 작년에 벌어들인 수익으로는 금융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형편임을 금융감독원의 통계가 말해 준다. 정부 예산은 마치 보유해야 할 기반시설을 완성한 것처럼 건설예산의 폭을 결정한다. 기반시설 공급수요에 따라 예산이 결정되기보다 가용 예산 규모에 따라 공사 규모가 좌우된다. 한국건설호가 가야할 길이 보이지 않는다. 국가 건설정책이 주택대책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한국건설호는 지금의 현상을 방치하는 선장을 잃어버린 배와 다를 바 없다. 분명 정상적이지 않다.
최근 기획재정부는 정부와 공공기관의 금융부채액이 2012년 말 기준으로 821조원이라고 밝혔다. 공공기관의 부채액이 나라빚을 초과한 유일한 나라라는 평가도 있다.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지난해 말 민간부문의 부채총액이 약 1163조원이다. 박근혜정부는 국가와 공공기관의 재정건전성을 임기 내 확보하겠다는 강한 정책 의지를 보였다. 금년도 정부 지출 예산에서 복지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29%를 넘는다. SOC예산 비중은 6.5% 수준이다. 이 추세는 당분간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재정부에 따르면 SOC예산이 오히려 감소하도록 되어 있다. 공공재정 추진사업은 상당기간 축소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반시설이 충분하기 때문이 아니라 가용 예산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의 투자사업도 당분간 지속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민간부채가 많은 것은 민간이 고정자산인 주택·부동산에 투자할 여력이나 매력이 부족함을 뜻한다. 현 상태를 이대로 방치한다면 공공 및 민간시장 모두 정상적인 회복이 불가능하게 된다.

한국건설호를 살리기 위한 방안을 생각해 보자. 시장이 없는 산업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시장을 살리기 위한 길을 찾아야 한다. 일부에서 생각하는 해외시장이 국내시장을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시장이 없어서라기보다 국민경제에 미치는 파급 영향이 크기에 비해 너무 적기 때문이다. 국내시장과 같은 효과를 보려면 국내시장의 4배 이상을 넘겨야 한다.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얘기다.

한국은행은 투자상품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단기부동자금이 704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국내 한 연구기관 분석에 따르면 고소득층이 월 24만원 더 쓰면 연간 일자리가 17만 개가 새로 생긴다고 했다. 국내 시장을 살리는 자금은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포기하지 않는 한 민간자본에 달렸다. 한국건설호는 민간주택 부문을 제외하고 민간자본에 의한 민간시장 경험이 거의 없다. 경험이 없는 탓에 민간자본투자사업을 적대시하기까지도 한다. 비록 잘못된 편견이라도 이를 방치하면 사실인 것처럼 호도된다.

한국건설호가 살아가야 할 해답이 민간자본에 있다는 확신이면 선장과 주인을 찾아야 한다. 몸을 움츠리기에는 한국건설의 잠재력이 너무 높다.

건설은 국민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반산업이다. 일부에서는 생명공학이나 IT와 같은 첨단산업이 우리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것처럼 주장한다. 물론 IT산업은 첨단산업이고 그 자체가 부가가치가 높은 것임에는 틀림없다. 다만 부가가치 혜택을 누리는 것은 그들만의 잔치일 뿐이다. 국민들에게 보편적인 행복을 나눠주는 일자리와는 정반대의 길로 가기 때문이다.

‘거대한 침체’의 저자 조지메이슨대학의 타일러 코웬 교수는 IT 등 소프트산업의 일자리 창출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전 세계에 잘 알려진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IT기업들이 고용한 인력 수는 의외로 너무 적다.

문제는 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활용함에 따라 타 산업의 일자리를 없애는 숫자가 훨씬 많음을 경고하고 있다. 이에 반해 건설은 취업유발계수가 10억원당 10.6명으로 전 산업의 평균값보다 30%나 높다. 한국건설호가 가야 할 항해 방향이 어디인지를 시사하고 있다.

건설 없는 경제 성장은 불가능하다. 한국은 아직도 성장해야 선진국 진입이 가능한 국가다. 한국건설의 제자리 찾기 운동이 필요하다.  /이복남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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