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미국의 리먼 브러더스사(社) 충격으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동토(凍土)였던 주택업계에 해빙의 기미에 이어 살랑살랑 봄바람마저 불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가 집계하는 올해 1월 전국의 주택거래 실거래량은 5만8846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2.17배 급증했습니다. 수도권 주택 거래량도 2만5648건으로 전년 동월보다 3배 수준이었습니다.

2월에도 주택거래 증가세는 지속되고 있습니다. 전국 주택거래량은 7만8798건으로 전년보다 1.7배 늘었고 2006년 거래량 집계 후 최고치이기도 합니다.

다들 잘 알다시피 주택거래량 증가는 지난해 말부터 적용된 취득세 영구감면 소급 적용과 집값이 바닥이라는 인식의 확산 등이 맞물리면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특이한 것은 30대에서 40대 초반인 생애최초주택구입자의 주택 구입이 유난히 많았다는 겁니다. 국토부가 지난해 2~4월 주택거래를 전수조사 해 본 결과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의 비율이 47%에 달했습니다.

이는 정부가 4ㆍ1대책에 생애최초주택구입자에 대한 취득세 면제를 결정하기 전입니다. 정부는 이 전수조사 결과를 토대로 4ㆍ1대책에 생애최초주택구입자 취득세 면제를 포함시켰고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보면서 집을 살 수 있었습니다. 또 8ㆍ28부동산대책에서는 연 1%대 저금리 공유형 모기지 상품을 선보여 무주택자들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무주택자에 대한 파격적 지원과 이후 주택 구입 열풍을 말하는 이유는 일반적으로 보이는 현상과 달리 이들이 곧 다가올 월세 시대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주택구입을 서두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낳게 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한 외국계투자은행 조사에 따르면 서울과 수도권 주요 아파트 단지의 월세와 자가 주거비용을 비교한 결과 지난해 4월부터 월세 주거비용이 자가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월세 주거비용은 이후에도 소폭 상승했지만 자가는 하락세를 보여 지난해 10월 기준 월세의 연간 주거비용은 집값의 2.99%, 자가는 2.59%로 격차가 0.40%p 벌어졌습니다. 저금리로 주택 구매에 따른 대출이자 부담은 적은 대신 월세 비용은 갈수록 올라가고 있는 게 핵심 이유입니다.

실제로 주변에서도 치솟는 월세 비용에 대한 부담으로 무리를 해서 집을 사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아는 30대 초반의 신혼부부는 부부소득 합산이 7000만원을 넘어 생애최초주택구입대상자가 되지 않는 데도 1억2000만원에 있던 34평 전셋집을 양가 부모의 도움으로 1억원, 금융권에서 1억원을 대출 받아 3억20000만원에 구입했습니다.

이들 부부도 향후 몇 년 새 월세 시대가 도래하면 매달 50만~100만원 나갈 월세를 내느니 차라리 집을 소유하고 월세 내는 요량으로 이자를 갚아나가는 데 경제적으로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 부부 사례는 행복한 편입니다. 부모 세대에서 도움받지 못하고 월 소득이 적으면 고공행진하는 전셋값을 견디다 못해 월세가 불가피하고 그렇게 되면 저축은 고사하고 영원히 월세를 벗어날 수 없게 됩니다.

그러나 정부는 97만가구에게 월 11만원씩 지급하는 주택바우처를 사실상 유일한 전월세 대책으로 내놓고 있습니다. 밤잠을 설쳐 가면 부동산대책을 내 놓는 공무원들의 노고는 잘 알지만 국민들이 “전월세 대책이 알맹이가 없다”고 판단하는 괴리가 여기에 있습니다. 곧 현실화될 월세 시대, 다소 늦었지만 진력을 다해 실효성 있는 대안을 강구해야 할 때입니다.    /배성재 한국일보 기자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