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가 늘면서 여러 사회문제를 낳고 있다.  그중 하나인 층간소음 분쟁은 법적으로 가린다고 근본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저비용으로 안락한 생활을 누릴 기술 발전을 모색할 때다”

어린 시절 기억 한 토막이다. 밥을 먹고 좀 뛰고 놀라치면 엄마가 야단치신다. “야, 이놈아, 밥 금방 먹고 뛰지 마라, 배 꺼진다” 먹는 것이 넉넉하지 않던 시절 풍속도의 하나다.

지금은 어떤가. 대부분 가정이 먹는 것은 걱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먹고는 살찔까 봐 운동을 하든 어떡하든 열량을 소비하는 게 생활의 일부가 되고 있다. 먹고는 뛰고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뛰고 놀라치면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아래위층의 싸움, 즉 층간소음 분쟁이다. 공동주택 특히 아파트 생활로 인해 일어나는 갈등 중 이웃을 원수지간으로 만드는 대표적 갈등이다. 특히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은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기분이리라. 

지금은 주택하면 아파트를 떠올릴 정도로 친숙한 주거형태지만 아파트가 우리나라 주택의 주연이 된 것은 그리 오래지 않으며, 법령으로 살펴보아도 그 사실을 알 수 있다. 

1962년에 제정된 ‘건축법’(그 전까지는 일제시대의 ‘조선시가지계획령’이 적용되어 옴)상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은 학교, 병원과 같이 특수건축물로 분류되었다. 그만큼 당시에는 흔치 않았던 것이다.

1972년 ‘주택건설촉진법’이 제정되면서 본격적인 공동주택의 보급이 시작되었다. 국민주택자금이 조성되고 내 집 마련 주택복권의 열풍이 분 것도 이 시점이다. ‘주택건설촉진법’의 목적은 저소득층을 위해 국민주택을 보급하는데 있었다.

그러나 당시 사회의 발전상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주택시장을 몰고 갔다. 1960년대 말부터 축적된 경제개발정책의 성과와 1970년대 이후의 급속한 산업화·도시화 현상이 맞물려 잉여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주택은 투기의 대상이 되어 버린 것이다. 결국 주택 가격이 급등하면서 저소득층보다는 중산층이나 부유층에게 주택(그중에서도 주로 아파트)이 쏠리고, 투기의 대명사인 복부인도 등장하게 된다.

저소득층의 주거불안 문제가 상존하자 1993년 노태우 대통령은 주택 200만 호 건설을 기치로 내걸었다. 당시 주택건설을 위한 토지 공급을 위해 국토이용관리법에 준농림지역을 신설하면서 아파트 광풍이 불게 된다.

2000년에는 용인·수지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준농림지역의 난개발 문제가 극심한 사회문제가 되고, 이를 계기로 2002년 국토를 친환경적·일원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도시계획법’과 ‘국토이용관리법’을 통합하여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였다.

그리고 2003년에는 ‘주택건설촉진법’을 ‘주택법’으로 개정하여 변화된 경제·사회적 여건에 맞추어 주거에 복지개념을 보강하게 된다. 또한 여전히 아파트가 주거보다는 투기나 재산형성수단으로 치우치면서 매매나 세제상 각종 규제도 도입되는데 대표적인 것이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2002년과 2005년에 도입된 LTV(주택담보인정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로서 현재까지 유지되어 오고 있다.

임대주택의 발달도 아파트의 확산에 크게 일조했는데, 1984년 임대주택건설촉진법이 제정·시행되고, 1993년 임대주택법으로 개정되어 민간 임대주택건설을 촉진하였다.

공공 부문에서는 저소득층의 주거안정을 위해 2003년 ‘국민임대주택건설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제정되고, 2009년에는 ‘보금자리주택건설 등에 관한 특별법’으로 개정되어 국민임대주택이 일부 보금자리주택으로 변경되었으며, 이는 다시 2014년 1월 ‘공공주택건설 등에 관한 특별법’으로 개정되어 보금자리주택의 명칭이 공공주택으로 변경되고 철도유수지 등에 행복주택을 건설하는 근거를 마련하였다.

통계로 보면 전체 주택 중 아파트의 비중이 1970년에 0.8%이던 것이 2010년에는 58.3%에 이르고 현재에도 그 비율은 상승 중이다.

같은 토지 면적으로 단독주택보다 열 배 이상의 주거공간을 확보할 수 있어 주택보급률 상승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반면 도심 인구집중을 유발하면서 여러 가지 사회문제도 만들어 내고 있다. 그중 하나인 층간소음 분쟁의 경우에도 법적으로 잘잘못을 가린다고 해서 근본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은 건물 자체를 고치지 않는 이상 계속해서 분쟁의 씨앗은 남아 있는 셈이다. 건축기술로도 막을 수 없다면 좋은 이웃 만나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나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되겠는가.

생활 전반에 영향을 주는 아파트에서의 주거와 문화가 거주자 친화적이고 편리하게 변해 오고는 있으나 이제는 좀 더 미세한 부분에도 신경을 써 심리적·정서적으로도 위안을 주는 주거형태로 변해 갔으면 한다.

건설에 종사하는 업계도 저비용으로 안락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기술의 발전을 모색해야 할 때다. 현재 관련 부처와 업계에서 노력을 하고 있으므로 좋은 성과가 있으리라 본다.     /김형수 법제처 법령정보정책관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