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노무현정부 시절. 기획예산처 고위관료에게 이렇게 물었다. “통일의 의미가 뭔가요?” 예산처가 4개의 통일 시나리오를 만들었다는 얘기를 들은 직후였다.

그는 잠시 뜸을 들인 뒤 말했다. “공무원이, 학교가, 경찰과 소방서가, 도로·철도가 두 배로 늘어난다는 얘기죠. 반대급부로 시장도 두 배가 늘어나는 것이고.”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은 대박”이라고 밝힌 이후 정부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아직 남북관계의 근본적인 틀이 변화된 것은 아니다. 남한 정부 혼자 속도를 낸다는 비아냥도 있다. 하지만 이산가족상봉이 한차례 성사됐다. 박 대통령은 통일준비위원회 위원장을 직접 맡겠다고 했다. 정부의 의지는 분명해 보인다.

남북관계가 진전되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분야가 주택·건설·토목업계다. 주택건축은 물론이고 도로·철도, 댐, 발전·전력시설, 공공건물, 공장 건설 등 북한이 필요로 하는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은 엄청나게 많다. 100조원이 든다는 통일비용은 사실 SOC예산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비용이지만 민간 입장에서는 투자다. 100조원어치 시장이 새로 열리는 셈이다.

주택·건설업체의 북한 진출은 안보 측면에서도 한반도 평화무드를 조성하는데 도움이 된다. 남한이 투자해 도로, 철도, 수도, 전력 등을 깔게 되면 일시적인 남북경색 때도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다. 개성공단은 남측인력이 철수해도 필수 인원은 남겨 놓는다. 개성공단과 개성시 일부에 공급되는 전력과 수도 때문이다.

국내 주택건설업계가 어려운 것은 수요가 없기 때문이다. 국내 SOC는 포화상태다. 더 이상 도로를 놓을 곳이 마땅치 않다. 고속철도도 호남 고속철도 사업이 끝나면 더 이상 없다. 당장 철도시설공단 존폐론이 나온다.

주택시장도 전망이 밝지 않다. 정부는 올해부터 주택공급계획을 ‘축소’로 방향을 돌렸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은데다 신규 수요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2017년부터는 인구감소가 예상돼 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유일한 전략이 해외진출이었다. 안에서 먹거리를 찾지 못하니 밖에서 찾으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2년간 한국건설업체의 해외진출은 재미를 보지 못했다. 대규모 손실을 기록하면서 몇몇 업체는 막대한 적자를 기록했다. 일부 기업은 그룹내 유사 계열사와 합병설까지 나왔다. ‘학습비’라고 자위하기엔 너무 아팠다.

북한은 한국 주택건설업체들에게는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보물이 될 수 있다. 엄청난 SOC 수요가 있으면서도 현지 노동력은 값싸고 국내에서 공급할 자재의 물류비는 싸다. 문제는 실기 가능성이다. 어영부영하는 사이 중국이나 러시아 업체가 일감을 빼앗아 갈 수도 있다. 당장 나진-하산 지구의 개발사업은 러시아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때문에 우리 건설업계가 대북사업과 관련, 정부에 좀더 뚜렷한 의사표시를 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마냥 남북협력은 정치의 영역이라며 내버려둬서는 안된다. 강력한 경제적 실리는 정치를 움직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란 식으로 통일에 대해 감성적으로 접근해왔다. 하지만 반발도 컸다. ‘퍼주기론’이 대표적이다. 국민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실리적인 측면에서도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그결과 대통령말처럼 ‘대박’이라는 결론이 나온다면 지체해서는 안된다. 통일에 대한 업계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할 때다.   /박병률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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