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도급순위 15위까지 기록했던 벽산건설에 대한 법원의 법정관리 폐지가 최근 결정되면서 건설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현재 벽산건설을 제외한 시공능력순위 100대 건설사 가운데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을 진행 중인 곳은 모두 17곳이다. 나머지 업체들도 벽산건설과 같은 유동성 위기상황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견 건설사들뿐 아니라 대형건설사 24곳의 올해 회사채 만기 도래액 총액도 5조원에 이르고 이 가운데 24%는 이미 만기가 도래한 상황인 만큼 유동성 위기 문제는 건설업계 전체의 심각한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건설산업의 위기는 파급효과가 거의 메가톤급이라 할 수 있다. 그만큼 연관산업과 고용 등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이 2009년부터 작년 말까지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대주단협약 등을 경험한 건설사 25곳을 대상으로 인력 구조조정 현황을 조사한 결과 총 9190명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나타난 표면적 인원이 이만큼이니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현장 일용직이나 지원부서 직원들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법정관리나 워크아웃 건설사와 거래한 하도급업체의 문제도 심각하다. 대한전문건설협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을 경험한 16개사와 하도급계약을 체결한 업체는 2414곳에 이르고 계약건수는 5071건, 계약금액은 4조9162억원에 이른다.

원도급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하도급사의 공사대금은 회생채권으로 묶여 연쇄도산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은 재삼 설명하지 않아도 될 일이다.

필자도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며 정부의 대책을 물었다. 당시 자료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국내 100위 내 건설사들이 2009년부터 당시까지 구조조정을 추진하며 12개사가 워크아웃을, 13개사가 법정관리를 각각 신청해 전체의 25%가 부실 건설사로 분류됐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진 원인은 국내 건설경기 침체의 영향이 직격탄이 됐겠지만, 건설사들의 전근대적 경영, 문어발식 방만경영도 한몫을 했을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에서 언제까지 건설사들의 생명을 연장해 주는 정책적 지원책을 논의하고 연쇄 피해자들에게 조금만 더 참고 기다리라고 설득해야 하는가에 있다.

건설산업은 누가 뭐라 해도 국가 기간산업이다. 건설산업의 건전한 발전은 국가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서민들의 일자리도 창출된다. 가슴 아픈 일이지만 지금의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승화시키기 위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해 국감 자료를 다시 인용하면, 당시 국토교통부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등록기준에 미달한 건설사는 2010년 4353개사, 2011년 5579개사, 2012년 6303개사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시장규모에 맞지 않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건설사는 필연적으로 과당 출혈경쟁을 할 수밖에 없으며 그 과정에서 건실한 업체까지 동반부실화돼 산업 전체가 공멸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 국토부도 최근 필자의 지적과 같이 부실 건설사들을 선별적으로 퇴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구조조정이라는 조류에 밀려 건실한 업체까지 피해가 발생하지 않게 섬세한 정책적 수단이 강구돼야 한다.   /이윤석 국회의원(새정치민주연합·국토교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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