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과 헌법이 요구하는 공무원은  권력자가 아니라 ‘책임 있는 봉사자’
 국민 최우선 자세로 행정을 펼쳤다면  세월호의 희생자는 훨씬 줄지 않았을까”

바야흐로 규제와의 전쟁이 선포되었다. 전방위적인 규제의 색출과 함께 다양한 정비전략과 개선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부처별로 규제 감축목표를 세우고 핵심규제의 개선계획을 마련하는 등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전 국가적인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물론 안전, 보건이나 국방 등 기초적인 공익규제는 좋은 규제라는 관점에서 한 발 비켜서 있지만, 품질을 높이고 더욱 성숙한 규제로 탈바꿈시키는 작업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규제란 무엇인가? 사전에서는 ‘규칙, 법령이나 관습 등으로 정하는 것 또는 정하여 제한하는 것’이라 한다. 법적으로는 ‘행정규제기본법’에 따르면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고 의무를 부과하는 일체의 행위’로 되어 있다.

무엇이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고 의무를 부과하는 것인가? 한마디로 요약하면 국민에게 부담을 지우는 모든 것을 규제라고 보면 되겠다. 그리고 규제는 반드시 법률에서 규정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법률의 위임에 따라 하위법령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규칙에도 많은 규제를 담아 시행하고 있다.

이렇게 법령 등에 있는 규제를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이러한 규제를 운용하는 공무원의 자세나 실무 관행이 아닌가 한다. 규제를 끌어안고 행사하는 것은 공무원 조직을 중심으로 한 공공기관이며, 종국적으로는 시·군·구 등 일선 현장에서 규제가 이루어지므로 이러한 현장의 공무원이 규제를 어떻게 생각하고 집행하느냐에 따라 국민의 체감도는 크게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공무원과 관련된 법 규정을 보면, 먼저 ‘대한민국헌법’(이하 ‘헌법’이라 함) 제7조 제1항에서는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되어 있다.

반면 하위 법규인 ‘행정절차법’ 등의 법령에서는 공무원(행정청)은 공권력의 행사 주체로 되어 있다. 아마 이제까지 공무원 대부분은 후자인 공권력의 주체로 행세하고 여겨져 온 게 아닌가 생각된다. 당연한 결과로서 규제는 공무원 권력의 원천으로 작용했으리라.

그러나 공무원은 최고법인 헌법에 따라 봉사자로서 책임지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 헌법의 규정이 단순히 선언적이고 훈시적이라 볼 수는 없다. 국민의 정치적 결단으로 만든 헌법이 아닌가? 즉 국민과 헌법이 요구하는 공무원은 봉사자이지 권력자가 아니며, 주어진 권력은 국민에게 봉사하기 위해 사용하라는 것이다.

그러면 봉사자로서 공무원의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지를 생각해 본다. 뻔한 소리 같지만, 기본을 무시한 채 아무리 화려한 성과를 논하더라도 그것은 사상누각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이다.

먼저 공무원이 가져야 할 자세는 역지사지의 자세이리라. 행정의 간절한 도움을 바라는 국민의 처지를 바꾸어 생각하면 가진 권한을 어떻게 행사할지 답이 나올 것이다. 마땅히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처지에 있는지와 어떤 것을 해 줄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점검하고 개선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행정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공무원의 편의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행정절차의 신속화, 정보화나 행정조직의 다양화, 세분화 등이 궁극적으로는 행정편의적이 아니라 국민편의적으로 작용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행정편의적인 규제야말로 가장 먼저 철폐되어야 할 것이다. 행정청이 확인, 처리하고 검증할 수 있는 것을 국민에게 요구한다거나 불필요한 구비서류를 요구하는 것 등을 들 수 있겠다. 행정편의적인 것이 어떤 것이 있는지 구분하는 혜안을 가지고 제거해 나가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안전, 보건이나 질서유지 등 공익을 위한 규제에 임해서는 더욱 청렴하고 공평무사하기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안전에 대한 철저한 대비와 위기시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하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지키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책임있게 봉사하는 자세임은 물론이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소중한 자산으로서 마음껏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안전하고 든든한 울타리를 만들어 주는 역할이야말로 바로 헌법에서 요구하는 공무원의 자세가 아닐까.

조선시대 다산(茶山) 정약용도 목민심서(牧民心書)에서 ‘思患而豫防(사환이예방) 又愈於旣災而施恩(우유어기재이시은)’, 환난이 있을 것을 생각하여 미리 방비하는 것이 이미 재난을 당하고 나서 은혜를 베푸는 것보다 낫다라고 강조한 바 있지만, 매번 성장과 경제논리에 묻혀 소홀해 온 것이 재난에 대한 예방과 마음가짐이다. 이번 세월호 참사의 슬픔에 더하여 국민의 분노를 폭발시킨 것도 무능하고 우왕좌왕한 공무원의 대처능력과 자세가 아니었던가.

다산이 피력한 치국안민을 위한 목민지도까지 언급하지 않더라도 현재의 헌법으로도 우리의 국력에 걸맞는 공직자의 자세와 역할을 충분히 설명하고 실천의 기본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김형수 법제처 법령정보정책관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