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서 배운 이론교육 현장선 무용지물, 현장친화형 강의 개설·협업 강의 강화하고
 안전관리교육도 학교에서부터 배워야. 이제 대학도 건설교육 패러다임 바꿀때다”

박근혜정부에서 한때 비정상의 정상화가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으나 대학의 역할에서도 변화가 기대되는 요소가 있다. 최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의 ‘공과대학 혁신방안’에서 산업현장과 괴리된 논문 평가시스템을 거론했고 이 때문에 학생들의 전공역량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평가에서 SCI논문 외에 산학협력·기술이전 실적 등 실용적 성과를 고려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그동안의 논문 중심 평가체계는 연구능력의 글로벌 경쟁력을 향상시킨 부분도 있지만, 최근의 산학협력 중시 방침은 비정상의 정상화 측면에서 일정 부분 수긍되는 면이 있다.

특히 건설산업은 논문보다는 산업현장과 이론교육의 일체성이 더욱 필요한 교육 분야이다. 그럼에도 특성상 일체화된 교육이 어려운 분야이기도 하다. 실제로 2년 및 4년제의 많은 건설관련 학과를 졸업한 후 대학에서 배운 이론을 실무에 직접 적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 실무에서 필요로 하는 내용과 대학교육 내용이 우선사항과 깊이 면에서 차이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인지하면서도 시행되지 않는 일종의 비정상의 정상화가 건설산업 분야의 교육에서도 필요하다.

국가 건설기술발전과 건설취업인력의 일자리 확대 등을 위한 장기적 건설교육체계 변화는 다음 요소들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첫째, 현업과 연계된 건설교육이 필요하다. 건설분야 교육이 실용적인 교육이 되기 위해서는 이론과 실무의 연계교육이 가능하도록 변화돼야 한다. 현재도 각 대학에서 겸임교수 등으로 현업과 연계된 강의가 진행되고 있으나, 강의과목과 내용 면에서 보면 과거부터 해 오던 커리큘럼 틀과 크게 다르지 않다. 즉, 현장친화형 강의과목개설이 필요하고 강의형태도 현장 전문가들과 담당교수가 수시로 협의하며 진행될 수 있는 협업강의체계가 돼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 국가 발주기관에서 대학을 상대로 전문분야의 실무형 강좌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은 고무적인 부분이다.

둘째, 건설안전 확보를 위해 교육체계부터 안전관리교육이 강화돼야 한다. 최근의 사회적 대형 재난사고들의 대부분은 안전관리 의식부재에 의한 인재(人災)형 사고이고 이러한 문제점은 관례적으로 지적되어 온 사항이다. 역시 비정상적 사항이 정상화가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선진국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면서 지속적으로 후진국형 안전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것은 사회적 안전 책임의식이 낮은 점이 주요 원인이다.

건설분야도 예외가 아니며, 그럼에도 건설분야를 포함한 대학교 등의 교육체계에서 안전관리교육을 강화한 사례는 많지 않은 실정이다. 대학을 졸업한 후 건설현장에서 공기준수에 집중하면서 안전의식을 높이는 것은 의지가 필요하고 시간도 많이 소요된다. 따라서 그 이전에 제도권 교육에서부터 체계적으로 강화된 안전관리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 현장에서는 작업별 안전의식이 자동적으로 무장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현장친화형 건설교육과 첨단 건설기술연구는 일체화돼야 한다.
국가 건설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최신 건설기술의 추세는 지속적으로 교육돼야 하며, 이러한 교육은 대학원 중심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 IT 등과 연계된 최신 건설기술, 최신 공법의 설계 및 시공기술들은 국가 차원의 R&D를 통해 제시돼야 한다.

우리나라 건설 R&D 예산은 연간 5000억원 내외의 선진국 수준에 이르고 있지만, 연구 성과물의 실무 활용도는 만족스럽지 못한 수준이다. 최신 연구 성과물이 직접 대학원 교육과정에 활용되고 이러한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취업해 실무에 최신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선순환체계가 필요하다.

넷째, 특화된 건설교육이 필요하다. 전통적 건설기술교육 외에 지역적 건설환경에 기반한 특성화된 건설기술교육도 필요하다. 해안과 인접한 권역의 연안건설시설물과 섬이 많은 권역의 장대교량시설물, 자연재해가 많은 권역의 자연재해저감시설 등 지역과 연결된 특화교육은 지역 우수 인재의 지역 기업 취업과 연결될 수 있다. 지역 특화교육으로 지역의 건설인력 수요는 기본적으로 지역의 수요와 공급으로 관리되도록 함이 필요하다.

20년 후의 지속가능한 글로벌 건설기술 경쟁력 확보와 인재양성을 위해서는 우주건설, IT건설, 플랜트건설, 초고층건설, 극지건설 등과 같이 분야별로 명품화된 건설교육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초대형 메가프로젝트 현장에서는 토목, 건축 기술만으로 소화하기 어려운 융·복합기술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대학의 건설기술교육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한 시기이다.   /강인석 한국건설관리학회 회장·경상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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