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우리 먹으려고 농약 안 친 겁니다.” 
옆집에서 미나리를 주면서 이렇게 툭 내던진다. 그만큼 깨끗하니 믿고 먹으라는 얘기다. 그런데 괜히 맘이 상했다. 다른 사람들 먹을거리에는 농약을 친다는 말 아닌가?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선사와 감독관청의 안전불감증에 대해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돌아보면 비단 이 조직, 이 분야만 그랬나 싶다. 토목건축 분야라고 예외였겠느냐 말이다. 내가 혹은 내 아이가 살 집 수준으로 건물 하나하나를 설계하고 자재를 쓰고, 검사를 했다고 자신할 수 있는 업자들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최근 세종시에서도 모 업체가 철근을 설계보다 적게 넣은 부실시공을 해 논란이 됐다. 세종시 타 아파트 입주자들 사이에서도 “우리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았다. 지난해 입주했던 세종시 일부 아파트는 창 안쪽에 물이 흐르는 결로 현상이 발생해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몇 백층 건물도 짓는다던 한국 건축기술이 결로를 막지 못할 수준이라고 국민들은 생각하지 않는다. 의심해 볼 수 있는 것은 부실시공이다. 건축물은 어떤 자재를 얼마나 썼느냐에 따라 건축비가 천차만별 달라진다. 입찰을 받기 위해 많은 로비자금을 썼거나 과도하게 낙찰금을 낮게 써냈다면 업체는 수익을 남기기 위해 좋은 자재를 적게 쓰려는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나마 민간건축물은 소유자가 지켜보니 좀 낫다. 주인 없는 공공건축물 중에는 완공 1년도 안 돼 물 새고 금이 가서 문제가 되는 곳이 적지 않다. 언젠가 모 지하철 공사장에서 인부로 일했다는 사람을 만났더니 그는 “저는 지하철 0선은 무서워서 안 탑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제 무너질지 모르거든요. 공사할 때 자재 절반은 빼먹었어요. 지하철은 땅속에 짓는 건데 완공 뒤에는 누가 알겠어요?”라고 말했다. 그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할 길이 없어 흘려버렸지만 어디 이런 의혹이 있는 건물이 한두 군데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에도 아산의 ‘기우뚱’ 오피스텔은 각 신문 1면을 장식하기도 했다.

세월호도 마찬가지다. 선주나 선주 자녀들 혹은 대통령이나 장관 자녀들이 이 배를 탄다면 과적이나 불법증축, 눈대중 검사 등이 이뤄졌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내가 생산한 제품을 사서 소비하는 사람은 내가 밥먹고 살게 해 주는 소중한 고객이다. 어쩌면 이들은 내 친구의 친구거나 내 자녀의 친구일 수도 있다.

“양심대로 팔았더니 그 한약방 결국 망했어요.” 집 근처 한약방이 문을 닫았길래 이웃에게 물어보니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정직하게 원칙을 지키면 못 사는 사회라는 인식이 도대체 언제부터 생기게 됐을까. 반칙을 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사회, 그 반칙의 피해는 결국 내게로 돌아온다.

당장 토목건축업계부터라도 성실시공을 다짐했으면 좋겠다. 이것은 직업윤리와 함께 양심의 문제다. 동시에 성실시공을 한 업체에 대해서는 사회가 충분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 돈 문제로 당장 민간이 먼저 하기 힘들다면 공공기관들이 나서 그런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주면 된다.

‘안전한 대한민국’은 생산자의 양심과 사회적 보상시스템이 어울려야 완성된다. 제도를 뜯어고치고 부처 통폐합을 한다고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정직한 업체가 손해를 봐 끝내 문닫게 내버려 둔다면 우리는 안전사고의 ‘공범’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아니 다음 피해자가 바로 내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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