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은 타이밍이다. 언제 내고 언제 거둬들이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부동산 정책 관련 부처 장관들이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다. 지난 2·26 임대차 선진화 방안 발표 이후 지속된 부동산 경기 침체 타개책을 모색한다는 것이다. 다행이다. 시장과 언론이 아무리 뭐라 해도 “상황을 더 지켜보자”, “추가 대책은 없다”며 꿈쩍 않던 정부다. 이제라도, 그나마 모이기라도 했으니 참으로 다행이지 싶다.

그런데 야속하다. 너무 늦은 게 아닌가 해서 속이 탄다. 정책이란 본시 본격적인 위기가 다가오기 전에 선제로 대응해야 빛을 발한다. 그게 바로 타이밍이다. 장관들은 임대소득 과세강화 방침 이후 기존 주택시장이 침체의 늪에 빠져 허덕일 때 홀로 고군분투하던 분양시장이 붕괴 조짐을 보이고 나서야 움직였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분양에 나선 좋은 입지의 브랜드 아파트 중에서 계약률이 절반 이하인 곳이 속출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50% 계약했다고 하는 곳이 실제로는 10%대라는 소문이 돈다”며 흉흉한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 21일 발표된 주택산업연구원의 주택경기실사지수의 모든 분양 관련 지수가 비관적으로 나왔다. 4월까지 연속 상승하던 분양계획지수, 즉 분양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고꾸라졌다. 김지은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금까지 분양시장이 주택시장을 이끌어 왔는데 기존 주택 매매시장이 힘을 못 받으니 분양도 영향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분양시장은 마지막 남은 부동산 경기 회복의 불씨다. 실거주 수요와 투자 수요가 섞여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전한 지방의 분양시장을 보면 안다. 그간 공급이 적었던 이유도 있지만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분양권 전매 제한이 6개월로 짧아 투자층을 흡수할 수 있었다”고 지방 시장 호황 배경을 설명했다. 서울의 재건축이나 기존 주택에서 시세차액이나 임대수익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수요자가 지방 분양 물량으로 눈을 돌렸다는 얘기다.

늘 그렇지만 잘못된 정책에 뒤따르는 고통 감내는 국민의 몫이다. 서울 은평구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A씨는 최근 통화에서 “요즘은 가게를 열어 놓고 논다”며 “3월까지는 실수요자가 좀 찾았었는데 지금은 어떻게 이렇게 발길이 뚝 끊길 수 있는지 희한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부동산대책 때문”이라며 “요즘은 세입자가 무조건 월세소득 공제받겠다고 하니까 돈 있는 사람도 ‘고약하다’며 아예 집에 투자할 생각을 안한다”고 성토했다.

당국도 타이밍 실기에 따른 시장 상황은 충분히 알고, 공감했다. 국토부의 한 관료는 “임대소득 과세 방침이 하반기에 나왔더라면…” 하면서 말꼬리를 흐렸다. 그는 “올 초에 보인 부동산 경기 상승세였다면 하반기엔 약간의 과열 조짐이 나타났을 것이고, 이때에 맞춰 대책이 나왔다면 시장 안정을 위해 잘했다고 칭찬받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그간 현실과 한참 괴리된 행태를 보였던 장관들이 뒤늦게 머리를 맞댄들 묘안이 나올 것 같지는 않다. 타이밍을 또다시 놓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6월에 열리는 임시국회가 분수령이다.

각 부처가 이기심을 버리고 여야 국회의원과 함께 부동산 경기 회복을 위한 최선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남북통일이 되고, 북쪽 개발 붐이 일지 않는 한 부동산·건설 경기는 다시 살지 않을 것”이라는 시장의 열패감과 정부 정책에 대한 깊은 불신이 해소된다.   /나기천 세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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