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재전문가 육성은 건설현장에서도 중요, 
관리책임자들은 정기 방재훈련을 받고 구성원 모두도 교육받고 훈련받아야
그래야만 재난 시 무의식 속에도 행동 가능”

이번 세월호 사건으로 어린 학생들의 많은 고귀한 생명을 잃은 아픔과 고통은 무엇으로 바꿀 수 있겠는가. 또한 그 사건으로 말미암아 대한민국에 미치는 심적 고통과 경제적인 손실은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은 것이다.

당장 유가족에게 보상해야 할 금액만 약 60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충격에 따른 경제성장 정체 등 국가 경제에 미칠 악영향이 최소 2조~3조원에 이를 것으로 집계된다.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때 재산 피해 2400억원 등 총보상금만 3753억원에 달했다”며 “아직 이번 참사의 비용 부분은 집계되지 않았지만, 사고의 충격이 큰 데다 막 회복세를 보이던 경제 흐름을 고려하면 국가 전체에 상당한 비용이 예상된다”고 정부관계자가 이야기했다.

방재관련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는 필자는 소방방재청 개청과 함께 민간 방재전문가 육성프로그램의 하나로 선진방재전문가로 선발돼 미국 뉴저지 주에 방재공무원들과 함께 교육을 받은 적이 있으며, 그 후 여러 방재관련 위원회와 개발도상국 방재공무원 교육 등 방재관련 활동을 하고 있어 더욱 이 문제에 많은 관심과 아쉬움을 갖게 되었다. 이번 사고 원인과 대책에 대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간단히 이번 사고의 원인을 분석하면 크게 두 가지라 생각된다.
첫 번째가 이번 사고는 전형적인 후진국형 사고패턴인 숙성형 사고로서, 이익만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고 안전 문제를 등한시하여 여러 위험요소들이 누적하여 발생한 사건이다.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의 조선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항해 분야도 최고 기술을 가지고 있는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청해진해운의 이익만 추구하고 안전을 무시한 자세가 국가의 뿌리를 흔드는 큰 불행으로 나타나고 말았다. 평형수를 어떻게 채워야 하는지, 몇 톤까지만 화물을 실어야 하는지 등 너무나 기본적인 부분을 알면서도 무시한 가장 낙후된 형태의 재난 형태이기에 더욱 화가 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선장과 승무원들은 재난 발생 시 승객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재난관리책임자이고, 해경은 구조의 일차적인 책임을 맡고 있는 정부 조직의 최일선에 있는 정부대표단이자 재난에 빠진 국민들을 구할 수 있는 정예용사들이다. 그런데 배가 침몰하고 있는 상황에서 승무원들과 선장들은 도무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전혀 모르고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고, 해경은 이해하기 어려운 구조활동으로 사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되었다.

왜일까? 난 이것이 재난메뉴얼의 부재가 아니라 이미 작성된 매뉴얼에 따라 훈련되어 있어야 하는데 이런 부분이 전혀 되어 있지 않아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미국 9·11사태 때 펜타곤 항공기 추락 사고에 대해 신속하게 대처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것은 9월10일 바로 하루 전날에도 국방성에서 실시한 대피훈련과 방재훈련으로, 너무나 익숙하게 대피하고 대처했기 때문이다.

이는 재난책임자가 매뉴얼 안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몸이 반사적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충분히 훈련되어 있을 때만이 재난 시 짧은 시간 내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가장 좋은 예이다.

이런 원인에 대하여 현실적인 대비책은 무엇인가? 첫째, 안전은 우리 모두의 안위와 목숨과 관련된 양보할 수 없는 중요한 사항이다. 따라서 최근 친기업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하여 많은 규제를 풀고 있지만 안전과 관련하여서는 더 강하고 세밀하고 세심한 규제들이 필요한 것이다. 또한 이러한 규제들을 공정히 수행할 수 있는 객관적인 전문가들이 배치돼야 하며, 위반 시 다른 무엇보다 더 강한 처벌과 규제가 가해질 수 있는 선진화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둘째, 현장 경험이 많은 방재전문가 육성이다. 이번 사고에도 빠른 상황판단과 빠른 대처가 필요한 상황에서 우왕좌왕하다가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 가장 큰 실수라고 판단된다. 따라서 이런 상황을 가장 잘 지휘할 수 있는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방재전문가를 각 부처별로 육성하여야 한다.

이는 단지 해경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 건설현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재난 발생시 이를 지휘해야 하는 모든 사람들은 정기 훈련을 받아야 하며, 또한 구성원 모두 교육받고 훈련받아야 한다. 교육은 유치원과 초등학교때부터이다. 그래야만 재난상황 시 우리 몸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우리의 의무와 행동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기억하고 무의식 속에서도 행동할 수 있다.

우리 건설 분야는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재난에 노출되어 있고, 방재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세월호 사건을 타산지석의 계기로 삼아 정부기관은 기관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교육기관은 교육기관대로 방재교육과 훈련으로 무장하지 않고서는 앞으로 우리 사회의 안전을 보장받지 못할 것이다.  /장준호 계명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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