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가 침몰한 4월 16일을 ‘국민안전의 날’로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에도 비슷한 날이 있다. 5월 12일 ‘재해방지의 날’이 그 것이다.

6년 전인 2008년 이날 중국 쓰촨성 대지진이 일어났다. 진도 8.0의 대강진이 쓰촨성을 휩쓸었다. 약 7만 명이 사망하고, 37만 명이 중상을 입었다. 실종자만 1만8000명에 달했다. 중국 대륙 전체가 충격에 빠졌다.

당시 중국 당국의 안이한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지진을 예고하는 다양한 사전 징후가 있었음에도 미리 대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통상 지진엔 사전 징후가 있다고 한다. 두꺼비가 떼로 이동하거나 지진운(구름)이 발생하는 것 등이다. 쓰촨성 대지진 때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인근 저수지 바닥이 갈라져 8만여 톤의 물이 사라졌다고도 한다.

그러나 정부 당국은 이런 현상들을 무시했다. 물론 징후만으로 섣불리 움직이는 것도 미숙한 대응이다. 그러나 결과론적이긴 하지만 중국 당국이 서둘러 적극 대응했다면 피해를 많이 줄였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재난 혹은 안전과 관련한 용어 중 ‘하인리히 법칙’이 있다. 대형사고 전에 그와 관련된 많은 작은 사고와 징후들이 있다는 얘기다.  

미국 보험사에 근무하던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는 1931년 사고 사례분석을 통해 발견한 통계적 법칙을 발표했다. 산업재해로 중상자 1명이 나오면 그 전에 같은 원인으로 경상자가 29명, 부상당할 뻔한 잠재적 부상자가 300명 있었다는 것이다.

하인리히 법칙은 사소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잘 살펴 그 원인을 파악하고 잘못을 고치면 대형 사고나 실패를 막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큰 재해는 항상 사소한 것들을 방치할 때 발생한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지금 대한민국은 세월호로 인해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뉴스에서 사고라는 말만 나와도 가슴이 철렁한다. 건설사에 근무하는 한 선배 사례는 우리의 처지를 잘 설명하고 있다. 지난 5월2일 상왕십리역 지하철 추돌사고 직후 고 3 딸에게서 “어디냐”고 묻는 문자가 날라왔단다. 그날따라 일찍 퇴근한 선배는 “집에 있다”는 답장을 보냈다. 그제야 딸은 전화를 걸어 ‘아빠가 지하철에 타고 있지 않을까’ 걱정했다”며 울음을 터뜨렸다고 한다.

온 국민이 세월호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를 앓고 있다. 특히 또래 친구들을 어이없이 잃은, 감수성 예민한 청소년들이 받은 아픔은 쉽게 지울 수 없을 것이다.

요즘 자꾸 불안해진다. 최근 각종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6일에도 고양터미널 화재사고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특히 근래들어 열차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상왕십리역 추돌사고 이후, 8일 지하철 1호선이 부천 송내역 근처에서 300m나 후진하는 일이 발생했다. 9일에는 중앙선 옥수역에서 열차가 20분 정지했고, 11일에도 천안·아산발 KTX가 금천구청역 인근에서 30분간 멈췄다. 12일에는 지하철 6호선 석계역에서 출입문 고장으로 승객 100여명이 하차했고, 13일에도 지하철 4호선 길음역에서 출입문이 고장나 승객 600명이 내려야만 했다.

연이은 열차사고와 하인리히 법칙이 머릿속에서 오버랩된다. 생각을 떨치려 고개를 흔들어본다. 우리에게 세월호는 한번이면 족하다. 미리미리 대비하는 안전한 대한민국이 되길 기원한다.   /김병국 내일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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