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토교통부가 2주택자의 연간 2000만원 이하 임대소득에 대한 분리과세를 3주택자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뜨겁습니다. 세제 당국인 기획재정부와 협의마저 이뤄지지 않아 불에기름을 끼얹은 형국입니다.

국토부의 방침에 반대하는 쪽은 “정부가 세입자보호 대책은 마련하지 않고 건설업계 앞에서 민원 해소를 위한 조세정책 후퇴를 언급한 것은 상당히 보기 좋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옹호하는 쪽은 “주택시장을 살리려면 다주택자에 대한 세부담 경감이 필수적이라 적절한 조치”라는 논리를 펴고 있습니다.

주택거래 활성화의 중책을 맡은 국토부는 다주택자의 임대소득 과세 부담을 덜어 시장을 지피겠다는 입장이고, 기재부는 “기존 임대소득 과세 원칙에서 변화가 없다”는 맞서고 있습니다. 설사 두 부처 간 합의가 이뤄져도 국회를 통과해야 해 다주택자 임대소득 과세는 현실화까지 갈 길이 멉니다.

국토부는 이에 앞서 지난해 말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와 취득세 차등부과 등 차별적 조치들을 철폐해 나가면서 다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을 줄여 이들의 주택구입을 유도, 매매시장 활성화와 전월세 안정을 동시에 잡겠다는 정책 기조를 견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실수요자의 수요만으로는 시장을 살리기에 한계가 있어 다주택자를 활용하겠다는 포석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다주택자들은 보는 관점에 따라 ‘선한 임대인’과 ‘악한 투기꾼’으로 시각 차가 커 이들에 대한 우대 정책이 나올 때마다 항상 논란이 발생합니다.(단 2주택자는 집 한 채에서 자가로 살고 한 채는 노후소득 차원에서 임대를 준다고 가정해 제외하겠습니다) 이는 다주택자가 실수요자와 함께 매매시장의 한 축이자 공공임대가 충분치 않은 우리나라에서 민간 임대의 또 다른 공급원이어서 나오는 현상입니다.

다주택자에 대한 평가는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지고 있습니다. 과거 주택시장이 활황일 때는 임차인 입장에서 임대인은 은행 이자를 물지 않고 전세보증금만으로 안락한 거주공간을 제공했습니다. 물론 집주인은 이 보증금을 담보로 다른 주택을 구입해 시세차익이라는 또 다른 목표가 있었지만 임차인에게는 ‘선한 임대인’이었습니다.

하지만 2008년 이후 주택시장이 내리막길을 계속 걷자 금융권에서 대출해 산 집의 금융이자를 상쇄하기 위해 임대인들에게 전세보증금을 급격히 올리거나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면서 임차인들의 원성을 사는 ‘악한 투기꾼’의 모습이었습니다.

부동산시장을 살리기 위해 효과가 확실하면서도 정교한 정책을 고안해야 하는 정부의 괴로움이 여기에 있을 듯합니다. 대부분의 임차인에게 다주택자는 선의의 임대인이 아닌 데도, 정부가 다주택자들을 위한 대책들을 쏟아내는 것으로 비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주택시장이 내수 활성화에 미치는 파급력을 고민할 때 지금과 같은 경기 침체에서 다주택자에 ‘악한 투기꾼’ 프레임을 씌어야 할지는 망설여집니다. 주택시장 회복의 전조인 거래활성화를 유도하려면 다주택자들이 우선 집을 구매하는 데 나서야 이후 실수요자들이 주택 구매 행렬에 동참하는 선순환의 물꼬가 트이기 때문입니다. 속이 쓰려도 다주택자에 대한 불만과 분리해 주택시장을 바라볼 필요가 있는 이유입니다.   /배성재 한국일보 기자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