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 규제 법령을 다루는 국토부의 경우 법령해석이나 질의응답을 함에 있어 더욱 신중하고 일관된 태도를 보여야 한다. 국민과 기업 활동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한번은 오랜 지인으로부터 문의가 왔다. 법제처에 있으니 그나마 좀 더 정확한 답변을 듣고 싶었던 모양이다. 내용인즉슨 자기가 속한 모임의 회장은 임원 중에서 투표로 선출하는데 회칙에는 1차에 한해 연임할 수 있다고 되어 있으므로 연임을 하려면 현직 회장의 의사표시만으로 되는지 아니면 다시 투표를 거쳐야 하는지에 관해 다툼이 있다는 것이다. 통상 연임은 계속해서 그 직에 임용될 수 있다는 것이지 선출까지 자동으로 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설명해 주었다.

법제 업무를 하는 입장에서는 기본적이고도 당연한 해석이겠지만 일반인으로서는 각자 문구마다 천태만상의 해석도 나올 수가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법령의 해석은 성문의 법령이 존재하는 한 영원히 따라다니는 작업이다. 법령이 일반적·추상적인 문장으로 표현되어 있다 보니 현실의 구체적 사안마다 이론적·기술적 방법을 동원해 법령의 의미를 밝히는 해석이라는 과정을 거쳐야만 적용이 되는 것이다.

법령 해석의 방법도 매우 어렵고 복잡하다. 법령문의 글자 하나하나에 엄격히 구속되게 해석하는 문리해석에서부터 법령의 목적을 염두에 두고 법령 문구 외에 사물의 이치나 논리를 동원하여 해석하는 논리해석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임차인의 경우 계약 명의상의 임차인만 의미하지 실질적 거주자인 임차인은 포함하지 않는다고 하는 해석이 전자의 예이고, 도급받은 건설공사의 전부를 하도급하지 못한다고 규정되어 있는 경우 그 반대로 공사의 일부는 하도급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후자의 간단한 예이다.

법령에서 흔히 보는 ‘도로’, ‘주민’, ‘청소년’, ‘공공단체’ 등의 용어도 개별 법령에 따라서는 다른 의미로 쓰일 수 있어 그에 대한 적절한 해석과정을 거쳐 적용하게 된다.   

법령의 해석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해석은 법령을 집행하는 행정기관과 법령을 적용하는 법원에 의한 해석이다. 행정기관이나 법원은 법령해석을 일상적으로 하는데, 특히 행정기관의 경우 민원인 등 일반국민이 법령에 대한 의문이 있어 질의를 하는 경우 그에 답변하는 것이 법적인 의무(행정절차법 제5조)로 되어 있고, 행정기관의 법령해석에 따른 각종 인·허가 등의 집행행위는 법적 분쟁이 되어 재판으로 가지 않는 이상 민원인에게는 최종적인 해석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각 부처에서는 훈령이나 지침, 질의응답 등의 형식으로 법령규정을 해석하여 하급기관이나 일반인에게 제공하는데 그 자체가 바로 실생활의 법령 역할을 하게 된다.

특히 국민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다수의 규제 법령을 소관하는 국토교통부와 같은 부처의 경우 법령해석이나 질의응답을 함에 있어 더욱 신중하고도 일관된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다. 다수 국민이나 기업의 활동에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민원인의 입장에서는 부처 담당 공무원의 한 마디 한 마디가 그야말로 천근만근의 무게로 다가온다. 일단 해당 법령을 해석하고 집행한 것을 쉽게 변경하기가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요사이 일본에서는 자국 헌법의 자위권과 관련된 규정에 대한 종전의 해석을 변경하려는 움직임으로 자국 내에서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데, 무리한 해석 변경을 통해 법령 내용을 자의적으로 입맛에 맞게 고치려는 것인 만큼 그 영향이나 대가도 만만치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법령 해석의 여지가 없도록 법을 완벽하게 만들면 되지 않느냐는 의문이 있을 수 있으나 여기에도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즉 법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되고(일반성), 모든 사건에 적용되어야 하는(추상성) 성격상 변화하는 현장의 구체적 사안에 다 들어맞게 만들기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문자나 문장력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나 국회에서도 알기 쉬운 법령 만들기 사업 등을 통해 국민에게 다가가는 법을 만드는 작업을 꾸준히 전개하고 있으나 이러한 법령의 본질적인 한계로 인해 여전히 다양한 해석방법을 동원해 법령내용을 명확히 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민의 입장에서도 현실에 맞는 올바른 법령 해석이나 답변을 요구할 권리가 있는 만큼 꾸준히 행정기관에 현장과 현실세계의 실상을 상기시켜 적절한 해석과 법령집행이 이루어지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고, 필요한 경우 현실에 맞게 법령을 고치도록 법령개선의견을 각종 경로를 통해 제시하여 법령해석을 둘러싼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김형수 법제처 법령정보정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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