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일부 원도급업체들의 경우, 갑이란 지위를 악용해 하도급업체를 쥐어짜고 있는 상황이다. 이른바 저가수주를 하더라도 자기 이윤은 챙기고, 손해를 하도급업체에 떠넘기는 식이다.
따라서 건설 산업 전체가 위기 상황과 맞물려 건설업계의 불공정한 갑을관계의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현장에서 발주기관 또는 원도급업체의 대금지급이 부적정하거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 그 피해는 원도급업체를 넘어 실질적 취약계층인 하도급업체에 미치게 된다. 특히 제2협력사를 비롯하여 장비 업체와 현장 근로자까지 연쇄적으로 피해를 주게 되어 건설업계에 미치는 파장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사실 세월호 사건도 갑을 논리로 표상되는 제도적 구조 속에 얽혀 있는 셈이다. 최근 건설현장에서의 잦은 안전사고는 설계 부실, 부적격한 시공사, 공사비 부족, 공사기간 부족, 안전관리 인식 미흡 등에 그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건설 재해를 유발하는 원인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요소가 촉박한 공사 기간이라는 점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필자는 지난 2년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이러한 내용들을 상임위나 국정감사 때, 유형별로 지적한 적이 있다.
첫째, 공사 휴지기를 편법 운영한 사례를 들 수 있다. 휴지기간이란 공사 여건상 도저히 공사를 진행할 수 없는 날을 휴지기로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휴지기는 혹한기와 혹서기 때 통상 연중 60여일 정도로 이는 공사일수에서 제외하고 있다.
그런데 일부 기관의 경우는 시공사와 제1차 계약을 체결한 후, 제2차 공사도급부터는 휴지기간을 조정한 후속 공사도급 계약 및 계약변경 합의를 종종 하곤 한다. 문제는 이때 발생하는데 계약일부 변경 과정에서 ‘휴지기간은 계약기간에서 제외하고, 휴지기간 중 계약 상대자는 추가비용을 청구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포함시키는 것이다. 발주기관은 이를 통해 휴지기간 규정에도 불구하고 공사 강행을 지시한다.
둘째, 차수별 계약기간 조정을 통해 간접비 지급을 회피하는 경우다. 장기 계속비 공사의 경우는 공사계약 차수 변경을 할 때에 이전 계약 종료일과 다음 차수 공사시작 기간을 길게는 6개월 이상까지 간격을 두어 부족한 공기를 보충하고 있다.
공사기간이 부족할 경우 다음 차수 계약일정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공기를 맞추는 것이다. 전(前) 차수계약 종료시점부터 다음 차수계약 시작 전까지 기간은 공사 계약기간이 아니어서 시공업체나 하도급업체는 간접비를 청구할 수 없다는 점이다.
현재 건설업계는 발주기관 귀책사유에 따른 공기연장 간접비 미지급분이 무려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따라서 하루빨리 건설업계의 불공정한 갑을관계의 관행을 바로 잡아야 건설업계 모두가 상생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 ‘국가대개조작업’, ‘비정상화의 정상화’를 3대 핵심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관행처럼 이어지고 있는 건설업계의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수직적 갑을관계의 근절을 위해서는 하루빨리 건설업계의 ‘비정상화의 정상화’가 필요하다. /이이재 국회의원(새누리당·동해삼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