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분야의 대형 인명사고들은 안전관리보다
 관행화된 유지관리 잘못에 기인한 요인이 많다.
 이를 막으려면 시각에 의한 외관 검사에서 탈피
 장비에 의해 내구성·성능까지 검증해야 한다.”

건설현장에서 안전관리는 필수요소이지만 공용시설물의 재해예방을 위해서는 철저한 유지관리가 절대적 명제다.

공용 중인 시설물의 붕괴사고는 대형 재해가 될 수 있고, 사회적 손실비용 측면에서 현장의 안전사고와 비교되지 않을 만큼 크다. 우리 건설산업의 성장과정에서 공기단축과 저가수주는 주요 변수였으며, 해외 건설시장에서 우리의 공기 준수 노력은 발주기관의 신뢰도 확보에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반면에 공기단축과 저가낙찰이 프로젝트 수주에 주요 변수가 될수록 시공안전과 유지관리 품질도 소홀해질수 있는 점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건설공사는 특성상 정적인 제조업과 비교시에 동적인 작업환경에서 진행되므로 시공의 안전위협 요소가 많고, 제품 수명도 장기간이어서 유지관리의 어려움이 상존하는 태생적 환경을 갖고 있다. 건설 분야의 대형 인명사고들은 안전관리보다는 관행화되어 있는 유지관리의 잘못에 기인하고 있는 요인들이 많으며, 이러한 요인들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국가의 건설정책과 설계 및 시공관행, 연구개발관점 등에서 개선이 필요하다.

국가 건설 정책관점에서는, 공용시설물의 재해예방을 위해 대폭 강화된 유지관리기준이 필요하고, 그에 따른 사회적 공감대 구축도 필요하다. 즉, 시설물의 설계 수준에 적합한 강제적 유지관리를 시행해야 하며, 이러한 유지관리 절차는 국민들의 시설물 공용 수준이 다소 불편하더라도 철저히 시행될 수 있는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또한, 유지관리 지침이 위반되었을 경우에는 시설물 사용주가 국가이건 민간이건 형법상 막중한 책임을 묻는 체계가 돼야 관행화된 안전불감증을 해소할 수 있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이후 건설 전반에 안전과 유지관리 의식이 높아지기는 했으나, 20여 년이 경과한 지금도 시설물 사용에서 크게 불편함을 못 느끼는 모습에서 강화된 유지관리 제도가 어떻게 시행되고 있는지 뚜렷이 와 닿지 않는 부분이 있다. 보다 구체적 액션플랜이 필요하고 지속적인 검증과정으로 안전의식이 생활화되도록 해야 한다.

프로젝트 설계 및 시공 관점에서는, 공용시설물 재해예방의 또 다른 큰 축인 부실시공 요인을 없애야 한다. 단기간에 부실시공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경험적으로 시행되던 현장 작업관행들을 시스템적으로 검증하는 체계로 변화시켜야 한다.

시각에 의해 외관적 사항으로 검사하고 결과적 개수만으로 검사하던 관행들이 장비에 의해 내구성까지 검사하고 개수 외에 규격과 성능검증까지 시행하는 체계로 변화되어야 한다. 또한 개별적 작업 관행들이 점차 협업 작업체계로 변화되어야 하며, 가능하면 상호 협력체계로 바뀌어야 한다.

즉, 설계과정부터 시공 및 유지관리 전문가가 참여해야 하고, 시공과정에는 설계자가 참여해 상호간 작업상태가 크로스체크 되는 협업형태로 작업이 진행돼야 부실시공과 안전사고를 최소화할 수 있다.

연구개발 관점에서는, 제한된 연구예산에서 안전 및 유지관리 분야의 효율적 집행이 필요하다. 예로서, 국토교통부 건설재해 분야 R&D예산은 안전 및 시설물 유지관리 강화를 위한 기술적 연구들에 중점을 둔 사업을 진행하고, 건설기술연구원 등의 관련 R&D는 안전 및 유지관리 글로벌 기준마련 등의 국가 관련 정책강화 연구들이 필요하다.

반면에 재난안전연구원과 소방방재청에서는 대형 건설재해사고 발생시 유형별 대응체계와 국가적 재난컨트롤타워 구축에 중점을 두는 연구들이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체계라면 중복성 소지가 많은 건설 재해관리 연구들의 방향성과 시너지효과가 확보될 수 있다.

안전사고나 재해 발생률이 현저하게 적은 건설 선진국의 안전수칙은 작업진행이 불편하게 느껴질 정도로 강화된 사례를 접할 수 있다. 안전의식을 제대로 갖춘 근로자는 지나치게 강제성 있는 안전법규와 정상적 작업이 불편할 정도의 작업규칙 상황에서 편리함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시설물 유지관리 수준 역시 사용자들이 불편할 정도이지만 사회적 안전장치로 인식돼야 한다. 적어도 우리의 경제력 수준이라면 건설현장과 생활환경에서도 이 정도의 안전과 유지관리 의식수준이 필요한 것이다.

공사기간과 비용이 조금 더 소요돼도 안전사고와 부실시공에 의한 재해 위험성이 조금 더 줄어들 수 있다면, 건설강국에 걸맞는 현장안전 및 시설물 유지관리 체계가 갖추어져야 한다. 이제 대한민국은 안전과민증 국가라는 소리를 들어야 할 시점이다. /경상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한국건설관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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