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로 온 나라가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으로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의 끝이 어디인지, 또 어떻게 하면 이 지긋지긋한 악순환을 끝낼 수 있을지, 고민과 번뇌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 같은 고민을 하면서 문득 눈앞에 다가온 장마철을 앞두고 걱정이 앞선다. 굳이 기상청의 복잡한 통계치를 빌리지 않더라고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국민이라면 분명 과거와 패턴을 달리하는 이상 기후를 피부로 느낄 것이라 생각한다.

최근에만 해도 서울에서는 강남역과 광화문 등의 지역은 비가 많이 온다는 예보만 있어도 비상상황이고, 2011년에는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우면산도 무너져 내렸다. 이 모든 참사의 원인을 분석해 보면 상당 부분 아니 대부분의 원인이 인재로 밝혀지며 ‘사고는 예방할 수 있다’는 단순한 진리를 또다시 느끼지만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제 곧 시작될 장마철을 앞두고 불의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시설물의 안전대책이 걱정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지적한 바 있지만, 재난발생 위험이 높은 ‘재난위험시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재난위험시설’ 중 공공시설물은 공공재원을 투입해 유지보수를 하고 있지만 민간시설의 경우 특별한 조치를 강제할 수 없는 현실적 한계가 있어 장마철 등 취약시기를 앞두고 걱정이 앞선다.

단편적이지만 서울시의 통계를 살펴보면, 재난위험시설은 지난 2010년 총 185곳 중 D등급은 168곳, E등급은 17곳이었던 것이, 2011년에는 총 202곳 중 각각 162곳과 40곳, 2012년에는 총 209곳 중 183곳과 26곳, 2013년에는 244곳 중 198곳과 46곳으로 점차 늘어나고 있다.

‘시설물 안전관리 평가기준’에 따르면 D등급은 결함사항의 진전이 우려되어 재난발생의 위험이 매우 높아 긴급한 보수·보강시까지 사용제한이 필요한 시설물을 말한다. D등급보다 아래인 마지막 단계인 E등급은 붕괴사고 예방을 위해 긴급 보강조치를 위해 즉시 사용을 금지하고 개축해야 하는 시설물을 말한다.

앞서 지적했지만 문제는 꾸준히 늘고 있는 ‘재난위험시설’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있다. 특히 지난해 기준 서울시의 재난위험시설 244곳 중 대부분이라 할 수 있는 239곳이 민간시설이라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취약한 민간시설에 대한 통제가 어려운 것은 이들 시설에 대한 행정처분권이 기초자치단체로 분산돼 있을 뿐 아니라 취약시설에는 대부분 영세민들이 세입자로 거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일선 공무원들도 섣불리 행정처분을 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애로도 십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인 상황이 이렇다 할지라도 취약시설은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되돌릴 수 없는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우리는 대형사고의 원인으로 수 없이 들어왔던 ‘타이밍’, ‘실기’ 등의 용어를 또다시 앵무새처럼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 민간 시설물이고 영세민들의 거주지라는 이유로 방치하거나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것 보다 더 시급하고 요긴한 것은 공적자금을 투입해서라도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 사회적 약자의 생명권을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것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이윤석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국토교통위·전남 무안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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