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건설사들의 수난 시대다. 한국수자원공사가 4대강사업 공사를 담합해 부당이득을 취한 17개 건설사에게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지난 3월 제기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수자원공사가 승소할 경우 건설사들은 수백억원을 배상해야 한다.

지난 1월 서울시는 지하철 7호선 건설공사에서 입찰담합한 5개 건설사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해 승소했다. 당시 법원은 5개 건설사에 “서울시에 272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후 시민사회단체는 수자원공사에 4대강사업 담합 관련 건설사에 대해서도 손해배상을 청구하라고 압박했다.

이뿐 아니다. 인천시는 인천도시철도 2호선 건설사업 담합과 관련, 21개 중대형 건설사를 대상으로 지난 4월에, 대구시는 지난달 초 대구도시철도3호선 건설사업을 담합한 12개사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공정위가 담합으로 판정 내린 나머지 사건들도 발주처들이 줄줄이 손해배상청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른 발주처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한 상황에서 나홀로 소송을 하지 않을 도리도 없다. 건설사들은 법원에 행정소송과 항소를 제기하며 버티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공정위가 담합판정을 내린 사업이 법원에서 뒤집어진 사례는 거의 없다. 공정위가 담합판정을 내린 이상 손해배상을 피해가기 어렵다.

건설사들은 억울할 수 있다. 그간 관행이었던 부분이 없지 않았고, 특히 4대강사업의 경우 이명박 정부 내 사업을 끝내려는 정부의 묵인도 있었다. 그 책임을 한꺼번에 덤터기를 쓰면서 경영은 경영대로, 이미지는 이미지대로 망가져 버렸다.

이번 사태는 언젠가는 터질 일이었다. 경영환경은 급속히 변하는데 건설사들의 변화는 느렸다. 과거에는 편법으로 허용되던 것이 어느날 불법이 됐지만 건설사들은 적시에 대응하지 못했다. ‘건설업만의 특징’이라며 애써 변화를 거부하기도 했다. 주먹구구식 경영도 계속됐다. 큰 거 한 건만 하면 인생역전이 된다며 로또경영도 이어갔다. 타업종이 나사 하나, 볼트 하나까지 따져가며 생산효율을 높이는 관리를 해나갈 때 직감에 기댄 주먹구구식 경영을 계속했다.

정부도 규정을 적용하는데 엉성했다. 건설사가 담합을 하다 걸려도 공공기관이나 지자체는 손해배상소송을 걸지 않았다. 공공입찰제도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글로벌 기준이 도입되면서 사회투명성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고, 감시의 눈길이 매서워지면서 법따로 현실따로의 관행은 더 이상 존재하기 힘들게 됐다.

가뜩이나 건설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과징금과 손해배상액을 포함한 천문학적인 벌금을 건설사가 감당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어려움을 이겨낸다면 한국 건설업은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신생 건설사라도 기술경쟁력을 가지고 있으면 정정당당한 입찰을 거쳐 낙찰을 받을 수 있는 관행, 사업비가 투명해져 건설사가 더 이상 비자금 창고로 악용되지 않는 관행, 리베이트나 뇌물이 오가지 않는 관행, 이런 새로운 관행들이 정착돼야 한다. 건설사를 향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이 한국건설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국민들은 지켜보고 있다.  /박병률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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