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살아나려는 몸부림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과 함께 강력한 부동산경기 부양책을 밀어붙이는 게 힘이 됐다.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가 올랐고, 거래 문의가 늘었다.

아직 최 부총리가 공언한 담보대출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확대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시장은 반응한다. 정부 정책이 보내는 시그널이 시장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최 부총리는 이를 아는데 전 부총리는 몰랐다. 대신 전 부총리는 전세 임대소득 과세 등으로 자꾸 ‘헛발질’을 해대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시장을 녹다운시켜 버렸다.

금융규제 완화 뒤 뒤따를 가계부채 증가가 우리 경제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안다. 그런데도 최 부총리는 뚝심을 보였다. 나라 재정 관리가 먼저여야 할 기재부 수장으로선 ‘어색한’ 행보다. 그만큼 현재의 부동산 시장이 만신창이라는 뜻일 것이다. 이러다 집 못 가진 사람은 돈 벌어서 평생 전세금 대다 죽고, 건설사는 줄도산할 거란 걱정이 많다.

“부동산 시장과 관련한 규제를 조속히 ‘정상화’하겠다”는 기재부와 국토교통부의 공통 인식도 평가할 만하다. 그동안의 정부 대책이 다분히 ‘비정상적’이었다는 시장의 비판을 수용한 것이래서다.

LTV·DTV 완화, 2주택자 전세 과세 철회에 이어 청약통장을 주택청약종합저축으로 일원화하고, 청약제도를 개선하고, 주택공급제도를 간소화하는 대책을 마련한 것도 긴박한 시장 상황을 반영한 후속 조치로 보인다. 사실 국토부는 청약가점제 제도 자체를 없애 버리는 파격적인 로드맵까지 마련해 둔 것으로 전해진다.

잘하고 있다. 규제는 조금 풀어서는 티도 안 난다. 지금은 오히려 약간의 과열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를 전혀 모르는 곳, 아무리 국민이 아우성대도 귓등으로도 안 듣는 곳, 아니면 들리는 데도 당리당략에 따라 애써 못들은 척하는 곳, 그런 곳이 있다. 지금 국회에는 분양가상한제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위한 법안이 제출되어 있다.

야당이 극렬 반대하면서 아직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토교통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8월 임시 국회에서 이 법안이 처리된다 해도 가을 이사철 부동산 성수기에 맞춰 실효를 내기에는 시간이 빠듯하다고 걱정한다.

한 시중은행 부동산컨설팅 담당자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폐지되면 수익성 악화 우려에 기피하던 재건축 투자 수요자를 끌어들일 수 있고, 유명무실해진 분양가상한제도 부동산 투자에 대한 심리적 지지 차원에서 없애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국회가 참 원망스럽다.

박근혜정부가 이 시점에 ‘마지막 카드’로 인식되던 조치들을 꺼내 든 것은 비단 부동산 경기만을 부양하려는 게 아니다. 부동산 시장을 내수 활성화를 위한 불쏘시개로 활용하겠다는 의미다.

서울의 한 사립대 부동산 전공 교수는 “미국 등에서 주택시장 중심의 금융위기가 발생한 뒤 모기지시장 규제 완화로 시장 개선효과가 있었다”며 “결국 부동산 시장 활성화는 내수 경제 활성화의 출발점이며, 시장이 활성화하면 개인 소득이 늘고 가처분 소득이 늘어 부채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답답한 국회를 바라보면 최근 취재 과정에서 통화한 한 공인중개사의 말이 떠오른다. 그는 “지금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책 변화에 따른 ‘분위기’다”라고 했다. 부동산과 경제활성화를 바라는 사람은 다 아는 이치를 부디 여의도에 계신 ‘선량’(選良)들도 이해하길 바란다. 하루라도 더 빨리.   /나기천 세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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