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오랜만에 기자들과 만났다. 한 기자가 “부동산 경기회복의 가장 큰 ‘걸림돌’이 국회 아니냐”라고 질문했다.

서 장관은 기다렸다는 듯 “(부동산 대책) 후속 법안 통과도 매우 시급한 것은 사실이고, 그렇게 돼야 힘이 받는 측면은 분명히 있다”며 “적극적으로 잘 설명하고 (국회) 이해를 구하고 노력을 해서 빠른 시일 내에 (관련 법안이) 통과됐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취임 뒤 정부 새 경제팀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로 침체한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을 부었다. 이후 서울 강남권의 재건축 아파트부터 불이 붙기 시작해 건설주가 상승, 부동산펀드 설정액 증가 등 부동산 시장 전체로 온기가 퍼질 조짐이 보인다.

시장에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2·26 대책과 세월호 사고 이후 확대된 시장 충격이 일부 진정되고 있다는 게 의미 있는 시그널로 읽힌다. 

‘최경환 신드롬’이라는 말도 시중에 회자한다. 하지만 완전한 신드롬은 아니다. 반쪽이다. 커지는 기대감에 달라붙어 있는 여전한 불확실성 때문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LTVㆍDTI 규제 완화, 디딤돌 대출 자격완화 등 매수 진작을 위한 인센티브가 나왔지만 매도인들이 먼저 반응을 보이며 들썩이고 있다. 매수자들은 향후 시장 추이에 촉각을 기울이면서 거래 시장에는 선뜻 뛰어들지 않고 있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매수자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시장 추이 중 핵심은 국회에 올라가 있는 부동산 관련 법안의 입법 여부다. 입법이 지지부진하고 규제 개혁의 집행 시기가 지연되면 부동산 경색 상황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수 있다는 불확실성에 대한 걱정이다.

그런데 국회는 딴짓이다. 7·30 재보궐선거가 끝나니 여야 정당은 승패에 따라 자화자찬과 망가진 당 추스르기에 여념이 없다. 민생은 뒷전이다.

정부 정책 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후속대책에 대한 입법이 필수다. 국회에는 분양가상한제 운용 개선과 용적률 규제 완화, 재건축부담금 폐지 등을 담은 법안 등이 계류 중이다.

업계에서는 한 발 더 나아가 주택사업과 관련한 기부체납제와 개발부담금제 폐지 또는 개선, 재건축사업 동의요건 완화 등도 요구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에서 우리 경제의 도약과 주택·부동산 시장을 정상화시켜 내수 시장을 살리기 위해 과거 시장 과열기에 도입된 해묵은 규제의 조속한 폐지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국회는 이들의 요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책임을 져야 한다. 특히 국회는 부동산경기 침체의 원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 초부터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한 대책들을 잇달아 발표했지만 관련 법안의 국회 처리가 지연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과 혼란만 초래됐다.

한 시중은행 부동산 담당자는 “전․월세 소득에 대한 과세도 큰 틀에서는 옳은 방향이었는데 정부가 섣부른 대책을 내놓고, 국회에서 몇 달도 안 돼 이를 뒤집으면서 시장은 아무도 믿지 않게 됐다”며 “정부와 국회는 부동산 정책 실패의 공범”이라고 지적했다.

부동산은 심리 싸움이다. 국회는 여태 국민에게 부동산 경기 안정에 대한 기대심리를 심어주지 못했다. 극단적이지만, 우리 국회는 늘 합리보다 수와 힘의 논리가 우세한 곳이었다.

지난 재보선에서 여당이 압승을 거뒀다. 여당이 민생경제 회생의 동력으로 부동산 관련 법안을 강력하게 밀어붙였으면 한다. 국민이 응원한다. 어떤 대책을 내놓느냐보다 시장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대책을 실행에 옮기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다.   /나기천 세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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