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실 석촌호수의 수위가 현저하게 줄어드는데 이어 석촌동 지하에서 싱크홀과 동공이 잇달아 발견되면서 지역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나 관련 건설사는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지만 민심은 그렇지 않다. 이미 흉흉해지고 있다. “집값 걱정에 말을 못해서 그렇지 왜 불안하지 않겠냐”는 것이 잠실 인근 주민들의 얘기다.

잠실 주민뿐 아니다. 농담반 진담반으로 잠실 가기 꺼려진다는 말을 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국토교통부 내에서도 이런저런 얘기들이 나온다. 다들 말은 못하고 ‘쉬쉬’하는 분위기다. 인터넷에는 확인되지 않은, 혹은 확인하기 어려운 얘기들이 이미 떠돌고 있다.

까놓고 말해 사람들의 가장 큰 걱정은 제2롯데월드다. 세계 최고층을 자랑한다는 제2롯데월드가 과연 ‘안전할까’라는 우려다. 주변 지반침하의 원인으로 의심받고 있는 롯데월드는 스스로도 내려앉고 있다. 서울시는 석촌호수 수위저하 대책 마련 회의에서 롯데건설이 시공 중인 제2롯데월드의 지반이 11mm 내려앉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터파기 공사 중 석촌호수의 지하수 수맥을 건드린게 원인이 아니냐는 얘기가 들린다.

롯데건설 측은 “대형건축물의 하중으로 인해 지반침하가 되는 것은 당연하고 설계기준치보다 침하가 덜 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공정률이 60% 남짓한 상황을 고려해보면 침하속도가 빠르다는 반론도 나온다. 어찌되었든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를 겪었던 한국인들로서는 또다시 상상하기 싫은 최악의 상황이 떠오를 수 밖에 없다. 두렵다는 얘기다.

석촌동의 잇단 싱크홀의 주범으로 의심받는 또 하나의 공사장은 지하철 9호선이다. 서울시는 중간발표를 통해 석촌 지하차도 함몰은 지하철9호선 연장공사 때문이라고 밝혔다. 원통형 드릴로 땅을 파는 실드 공법으로 터널을 파면서 그라우팅(틈새를 메우는 작업)을 하지 않아 동공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물론 시공사인 삼성물산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땅은 내려앉고 있는데 원인 제공자는 없는 셈이다. 롯데건설과 삼성물산이 핑퐁게임을 한다는 비아냥이 나온다.

사실 싱크홀 문제는 석촌동 문제만은 아니다. 인천, 경기 등 전국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대도심 지하 난개발 때문이다. 주요도시 지하는 지하철, 상하수도관, 도시가스관, 전선 케이블, 고층빌딩의 지하층 등으로 구멍이 뻥뚤린 상태다. 지하 수맥이 온전할 리 없다. 대형건설공사 현장마다 대량의 지하수가 분출된다. 도시를 건설할 때부터 고민해야 할 일이지만 손을 대지 못했다.

건설사들의 도덕적해이도 있다. 지하는 부실공사를 해도 무너지기 전까지는 그 여부가 밝혀지지 않는다. 최저가로 공사를 수주받아 비용절감과 공기단축의 유혹을 받고 있는 시공사들로서는 여러 유혹을 받았을 개연성이 크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생각해볼 때 정부 차원의 일제조사와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아울러 지금부터라도 도심 지하에 대한 체계적 관리가 필요하다. 일개 건설사나 구청에 미룰 일은 아니라는 얘기다.

10~20m 도로가 함몰되는 싱크홀은 절대 낭만적이지 않다. 즐겁게 외식 가던 길, 갑자기 도로가 꺼져 일가족이 추락했다고 생각해 보라. 학원 다녀오겠다며 나서던 자녀가 싱크홀에 빠져 목숨을 잃었다고 생각해 보라. 세상에 이보다 더 기가찬 일이 어딨나. 싱크홀 문제를 정부가 무겁게 생각하고, 시급히 대책마련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박병률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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