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자본과 투자자에 공익성만 강요하면 국가부채로 충당할 수밖에 없다.
 이는 통행료를 통행세로 인식하게 만들어 후손들에게 부담을 지우는 꼴이 된다”

최근 국회 예산정책처가 민자 도로에 대한 통행료 문제를 지적한 보고서를 놓고 논란이 거세다. 10개 민자 도로 중 6곳이 재정사업 도로보다 평균 1.5배 이상 비싸다고 지적했다. 친절하게도 재정사업 도로 통행료와 비교해 재산정한 값까지 제시했다. 인천대교 통행료가 재정사업 도로에 비해 3배 이상 차이가 남을 강조했다. 일부 신문에서는 이 문제를 민자 도로는 국민의 혈세를 먹는 하마 같다고 비난까지 했다.

민자 도로 통행료가 비싸다는 평가는 재정 도로와 비교해서다. 재정 사업도로 통행료가 제 값임에 비해 민자사업 도로는 부풀러진 값이거나 혹은 투자자의 이윤이 너무 높기 때문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작년 말 현재 고속도로 건설과 운영을 책임지는 도로공사의 부채가 25조9600억원이다.

만일 재정사업 도로 통행료가 정상적이거나 혹은 합리적 가격이었다면 도공의 부채 원인은 아마도 방만한 경영이 주원인임에 틀림없다. 필자가 알기로는 방만한 경영보다 제 값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예산정책처나 일부 언론의 판단은 통행료보다 통행세로 인식을 했기 때문이라는 추측이다.

통행료와 통행세는 큰 차이가 난다. 요금과 세금은 전혀 다른 개념이다. 요금은 사용자가 부담하는 금액이고 세금은 소득이 있는 국민이면 누구나 지불해야 하는 국가사용료다. 그런데 예상외로 전기료를 전기세로, 통행료를 통행세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세금이 적을수록 만족도가 높듯이 사용료도 낮을수록 사용자가 반기는 건 당연하다. 사용료가 높을수록 불만도 높아진다.

민자 도로 통행료 불만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공공재에 요금을 물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수요자 부담 원칙이라는 명제가 깔려 있다. 유료도로와 무료도로를 구분하는 것도 이런 명제 때문이다. 모든 유료도로는 반드시 무료도로와 병행하게 되어 있다. 예를 들어 고속도와 일반국도 혹은 지방도가 있는 것과 같다. 편의성과 시간단축이 지불하는 요금보다 유리하다고 판단하면 고속도로를 선택한다. 반면 불편과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무료도로를 이용하겠다면 국도와 지방도를 이용할 수 있는 선택권이 개개인에게 주어져 있다.

원래 도로에는 통행료가 없었다. 다만 통행세만 있었을 뿐이다. 국민세금으로 건설했기 때문이다. 도로 건설에 필요한 국가재정을 세금으로 무한 조달할 수만 있다면 통행세로만 충분하다. 세금만으로는 필요한 재정을 충당할 수 없기 때문에 유료도로가 탄생된 것이다. 유료도로에는 수요자 부담 원칙이 작용한다. 유료도로 건설마저 국가재정으로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도입한 제도가 민간투자에 의한 민자 도로인 것이다.

같은 유료도로라도 재정 사업 도로와 민자 사업 도로에 통행료를 매기는 데 차이가 있다. 재정 도로는 투자비를 환수하는데 이익보다 편익을 중시해 결정한다. 이윤이라는 사익보다 공익성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민자 도로는 다르다. 투자비에 대한 손실리스크, 대출이자와 원금 환급, 그리고 부가가치에다 이윤을 동시에 고려해 결정한다. 재정 도로는 원가(cost)를 따져 통행료를 결정하지만 민자 도로는 가치(value)를 따져 통행료를 결정한다. 국내에서는 이런 차이가 무시된다. 민간투자자에게 사익보다 공익성을 강요하는 꼴이다.

2009년 말에 개통된 인천대교의 통행료는 6000원이다. 재정도로보다 3배 비싸다. km당 515원인데 남산터널의 평균 통행료 1300원의 40% 수준이다. 2005년 남부프랑스지역에 개통된 세계 최고 높이 교량의 통행료가 약 9000원이다. km당 3660원이다. 재정과 민간자본의 차이를 인정한 것이다.

정부는 부족한 재원을 감안해 2017년까지 4년 동안 11조5000억원을 SOC 부문에서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SOC가 충분하기 때문이 아니라 재정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SOC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민간자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민간자본이나 투자자에게 공익성만을 강요한다면 국가부채로 충당할 수밖에 없다. 국가부채는 결과적으로 통행료를 통행세로 인식하게 만들어 전 국민과 후손들에게 부담을 지우게 되는 결과로 만들어 버린다.

국가와 시장경제를 살리려면 세금에 의존하는 재정만으로는 절대 부족한 게 우리 현실이다. 통행료와 통행세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 개인은 세금을 최대한 줄이고 수익성이 높은 쪽으로 자금을 이동한다. 마찬가지로 자본가 혹은 투자자도 공익성보다 수익성을 먼저 고려해 자본 투자를 결정한다. 공익성을 앞세운 재정도로와 같은 잣대로 민간자본의 역할을 저울질해서는 안 된다.

민간자본의 특성을 인정해 주지 않으면 부족한 공공재정을 민간자본으로 대체할 가장 확실한 수단이 세금 인상밖에 없음을 인식해야 한다.   /이복남 서울대학교 건설환경종합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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