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이 살아나고 있다.
지난 7월24일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 부동산 규제 완화 방침을 담은 최경환 경제팀의 경제정책방향 발표 후 한 달 간 서울 서초구 아파트 가격은 0.51% 급등했다.

이어 강남구(0.38%), 강동구(0.36%) 등의 순으로 강남권역에 속하는 지역이 수도권 전체 상승률 1~3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평균 0.17%, 수도권은 0.13% 올랐다.

올해 전체 재건축아파트 매매가격을 봐도 마찬가지다.
주상복합을 포함한 서울 일반 아파트의 3.3㎡당 월 평균 매매가격은 1월 1506만원에서 지난달 26일 기준 1489만원으로 17만원 하락했다.

반면 강남3구에 집중된 재건축아파트는 3.3㎡당 2875만원에서 3005만원으로 130만원 상승했다. 재건축아파트의 3.3㎡당 매매가격이 26개월 만에 3000만원을 돌파한 것이다. 이 역시 부동산 규제완화 기대감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있듯 최악의 부동산 경기침체 속에서도 역시 강남은 강남이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파주와 김포 등 서울과 인접한 경기도의 저평가된 미분양아파트가 속속 팔려나가는 등 수도권 주택 경기가 규제완화 흐름을 타고 해빙 중인 것은 맞다. 하지만 강남의 가격 비탄력성에 비할 바 안 된다.

부동산은 다른 경제 분야보다 경제주체의 심리가 강하게 작용한다. 최경환 경제팀의 경제정책은 지각 밑에서 서서히 끓고 있는 마그마처럼 매수 욕구가 높아지고 있는 수요를 적절하게 자극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 대책으로 우선 강남 집값이 상승하면서 일부에서는 “정부가 강남만을 위한 정책을 추진한다”고 말하지만 다소 논리적 비약으로 보인다.

부동산경기 회복은 업계에서 통용되듯 50%의 실수요자와 50%의 투자 수요에 의해 좌우된다. 한 때 미분양에 골칫덩어리이던 수도권 아파트들이 지금은 급속히 주인들을 찾아 가면서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바닥권에 근접했거나 일부 지역은 반등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등 실수요는 이미 매수세로 흐름이 완전히 돌아섰다.

결국 과제는 나머지 50%의 투자 수요를 어떻게 이끌어낼까이다. 이를 정책적으로 밀어부치는 과정에서 투자 수요의 바로미터인 강남이 후광 효과를 최전선에서 누리고 있다는 것이 정확한 분석일 게다. 강남만 오를 정도로 강남 집값이 우리나라 전체 주택가격과 괴리돼 홀로 움직인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다만 새로운 경제팀은 부동산경기 부양의 이면인 가계부채 관리에도 역점을 둬야 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6월 말 기준 가계부채 총 잔액은 1040조원으로 지난해 3월 말 이후 5분기(15개월) 연속으로 역대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웠다. 증가 폭은 올해 1~3월 3조5000억원에서 4~6월 15조1000억원으로 4배 이상 확대됐다.

특히 LTV와 DTI 완화 이후 한 달 새 각 은행별로 주택담보대출이 2~3배씩 급증하는 등 주택담보대출이 가계부채 증가의 주역이었다. 소득보다 빚이 두 배 이상 빠르게 느는 점, 지난달 14일 기준금리마저 0.25% 인하된 점은 가계부채 관리에 대한 경각심을 더 일깨우는 이유다.

정부 정책은 주택 투자수요 활성화로 이미 거구를 움직였다. 철저한 리스크 관리 속에 살아나는 매수 심리를 꺼뜨리지 않는 정책의 섬세함이 더 요구되는 시기다.    /배성재 국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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