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걱정은 도심 싱크홀로 발등의 불이 됐다.  세월호로 경험한 자연의 경고에 하루빨리 점검 등 대비책을 세우자”
 
지금 대한민국에는 땅이 꺼져 걱정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것도 21세기에. 어른들이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지 않느냐고 하던 그 일들이 실제로 서울 한복판에서 발생하고 있다.

<열자>(列子)의 <천서편>(天瑞篇)에는 고대 중국의 기나라에 살던 사람이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이가 있었다고 하면서 이에 유례된 말이 쓸데없는 걱정을 한다는 의미의 ‘기우’(杞憂)이다.

이러한 기우가 걱정이 아니고 실제로 땅이 갑자기 내려앉고 커다란 구멍으로 집과 빌딩을 삼키는 싱크홀이란 이름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최근 국내에서 싱크홀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것은 서울 석촌지하차도에서 싱크홀뿐만 아니라 동공이 발견됐고 이외에 강남, 울산, 대구, 단양 등 전국 각지에서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싱크홀이 발생하고 있어서다.

최근 유대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안전행정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지방자치단체별 싱크홀 발생 현황’에 따르면 안행부는 지난 7월28일 인천 중구 영종하늘도시의 한 아파트 인근 도로에서 발생한 지반침하사고가 직경 35m, 깊이 5m의 싱크홀로 인해 생긴 것으로 파악했다.

이는 최근 세간의 눈길을 끌고 있는 서울 석촌호수 인근에 생긴 싱크홀의 14배에 달하는 크기다. 무엇보다 아파트단지가 밀집해 있는 지역에서 초대형 싱크홀이 발생해 우려를 낳았다.

이러한 싱크홀의 원인으로 대두되는 것은 대표적으로 지하철과 같은 대규모 지하시설 공사가 있었던 곳에서 되메우기 등의 복구작업 부실을 들 수 있다. 일본 도쿄의 경우처럼 지하수의 무계획적인 사용으로 인한 공동화가 싱크홀의 큰 원인으로 손꼽힌다. 실제로 일본은 무계획적으로 지하수를 뽑아올린 결과, 지하수 공동화로 인해 여러 피해가 발생하자 지하수 개발제한이라는 법적인 조치를 취했다.

그리고 두 번째 원인으로는 남한강 상류지역과 동해·삼척 등 동해안지역에 석회암층이 분포해 있어 지하수 흐름에 의한 용식작용으로 지하에 동공 즉, 빈공간으로 인해 싱크홀이 발생한 경우이다.

마지막으로 경기도 부천의 범박동 재개발 아파트의 경우처럼 땅속에 폐광이 있는데 건물을 올려 폐광의 고인 물이 빠져나간 경우도 싱크홀의 또 하나의 원인으로 제기되고 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떤 대비책을 세워야 할 것인가. 먼저 이러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항목에 대해 전문가들로 하여금 발생가능성이 높은 지역부터 발생 여부를 확인하는 점검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서울에도 지하철 9호선 3단계 공사, 우이-신설 경전철 공사를 비롯한 대형 굴착공사 등이 진행되고 있어 점검이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할 것이다.

대형 토목공사뿐 아니라 메머드급 건축물의 공사구역도 또한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지금의 대형건축구조물의 하중도 지금까지의 어떤 구조물보다도 큰 하중으로 지반에 작용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연약지반 및 지하수 공동의 문제들이 싱크홀로 대두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조사와 함께 이런 싱크홀 방지책도 함께 수립하여 구체화해야 할 것이다. 대한토목학회, 한국지반공학회 등의 전문가와 실무자들을 중심으로 국가가 이제 적극적으로 나서서 불안이 확산되지 않도록 원인과 대책의 마스터 플랜을 짜야 할 것이다.

벌써 자연은 우리에게 수차례 많은 경고 사인을 보내고 있다. 몇몇 사고로 여러 사람이 다친 정도에 그치고 있지만,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사이에 엄청난 큰 재앙으로 우리에게 올 수 있다는 것을 세월호 사건을 통해 경험했으므로 늘 명심하고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가 하늘과 땅을 바라보며, 하늘에서 비행기가 떨어지고 땅이 꺼지는 세상에,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우리가 자연에게 한 만큼 자연은 우리에게 되돌려 준다는 진리가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장준호 계명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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