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대금의 부당감액금지와 관련해 수급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라는 대법원 판결은 매우 의미가 크고 다른 불공정행위에도 확대 적용 가능”

‘하도급거래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조는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가 대등한 지위에서 상호보완하며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선언하고 있고, 그 본문에서는 각종 불공정하도급행위의 유형을 나열하면서 그러한 행위가 위법하다는 것을 선언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하도급법 제11조에서는 하도급대금을 부당하게 감액하는 행위를 금지하면서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 ‘산업안전보건법’ 등에 따라 원사업자가 부담하여야 하는 고용보험료, 산업안전보건관리비, 그 밖의 경비 등을 수급사업자에게 부담시키는 행위도 금지시키고 있을뿐만 아니라, 동법 제3조의4에서는 아예 원사업자가 부담하여야 할 민원처리, 산업재해 등과 관련된 비용을 수급사업자에게 부담시키는 약정 및 그 밖에 수급사업자의 이익을 제한하거나 원사업자에게 부과된 의무를 수급사업자에게 전가하는 등의 특약도 금지시키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본다면, 산재보험료의 경우 원사업자가 부담하도록 되어 있음에도 공사하도급계약 체결 시 산재보험료를 수급사업자로 하여금 부담하게 하거나, 실제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산재사고는 원사업자가 가입한 산재보험에 따라 처리되어야 하는 것이 원칙인데도 수급사업자로 하여금 사적으로 보상처리하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행위들은 하도급법에 위반됨에도 불구하고 실제 금전의 회복을 구하는 민사재판 절차에서는 단지 하도급법에 위반된다는 이유만으로 바로 ‘불법행위’에 해당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로 다루어져 왔었다.

왜냐하면, 공사대금의 부당감액 등 하도급법 위반행위들은 대부분은 수급사업자와의 합의라는 명목으로 이루어져 왔었기 때문에 양 당사자 간의 사법상의 계약은 일단 유효한 것이고 이를 다투기 위해서는 ‘착오’, ‘사기’, ‘비진의의사표시’, ‘통정허위표시’ 등 민법에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는 복잡한 이론을 동원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자에 이르러 하도급법 제11조의 하도급대금의 부당감액금지에 관하여 양 당사자 간의 사법상 계약이 유효하다고 하더라도 하도급법의 위반행위는 수급사업자의 권리나 이익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는 매우 의미 있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바 있다.

즉, 대법원 2011. 1. 27. 선고 2010다53457 판결은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의 입법 목적과 입법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같은 법 제11조 제2항 각 호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자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수급사업자의 자발적 동의에 의하지 않고 하도급대금을 부당하게 감액한 경우에는 그 하도급대금의 감액 약정이 민법상 유효한지 여부와 관계없이 그 자체가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1조를 위반한 불공정 거래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위 규정에 의하여 보호되는 수급사업자의 권리나 이익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를 구성하고, 원사업자는 이로 인하여 수급사업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비록 부당감액에 관한 사안에 해석이 한정되어 있지만 어쨌든 당사자 간의 합의가 유효하다고 하더라도 하도급법의 위반행위가 곧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 매우 의미있는 판결이다. 이러한 판결의 취지는 부당한 대금결정 등 다른 하도급법상의 불공정거래행위 전반에 확대하여 해석하여도 무리는 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위 판례는 “수급사업자의 자발적 동의에 의하지 않고”라는 단서를 달고 있어서 계약상황에 따라서 “자발적 동의”에 의한 것이라면 하도급법에는 위반되더라도 사법상의 계약이 유효하고 불법행위도 구성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해석의 여지를 남기게 된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으로는 하도급관계는 전형적인 갑과 을의 관계이자 원사업자의 우월적 지위를 전제로 하므로 수급사업자의 동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비자발적 동의로 추정이 되어야 하고 가사 자발적 동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하도급법에 실질적으로 위반되는 경우에는 이의 실효성 확보 차원에서 하도급법 위반이 곧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보다 경제적 약자보호에 대한 진일보한 태도가 아닌가 한다.    /박하영 법무법인 법여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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