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포상제 남발로 파파라치가 양산돼 일각에선 불신풍조를 우려하고 있다. 오히려 서로 신뢰와 협조를 바탕으로 상대를 배려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는 각기 나라마다 부국강병과 중국 대륙의 통일을 위해 각축하고 제자백가는 저마다 통치이념을 내세워 나라의 기반을 다지던 시대라 할 수 있다. 당시 법가를 주창하고 집대성한 한비라는 유세객이 있었다. 법가사상이란 법치를 통한 신상필벌이 궁극적으로 부국강병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 그 요지고, 진나라의 통일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한비(자)의 법가사상을 집대성한 ‘한비자(韓非子)’라는 책에 나오는 일화 하나를 소개한다. 세난(說難)편에 있는 ‘역린지화(逆鱗之禍)’다. 용이라는 동물은 온순하여 잘 길들이면 사람을 등에 태우고도 다니지만, 한 가지 금기는 용의 목 밑에 난 거꾸로 된 비늘을 건드리는 사람은 반드시 죽여 버린다는 것이다. 즉, 건드리면 안되는 용의 약점을 조심하라는 것이다.

당시에는 군주를 설득해서 득세하려면 군주의 약점을 건드려선 안 되고 직언을 하려면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의미이나, 현대적으로 해석하자면 인간은 저마다 감추고 싶은 역린이 있으니 이를 함부로 건드리면 반드시 화를 자초한다는 의미라 하겠다. 

작금의 우리 사회를 보면 오히려 역린을 건드리는 것에 혈안이 되어 있는 기이한 현상을 보게 된다. 정치적 경쟁자 간, 경쟁 기업 간, 노사 간, 심지어 문화예술이나 체육 등 모든 분야에서 상대의 약점을 들추는 추악한 폭로전이 마치 승리의 공식인 양 되풀이되고 있다.

인터넷에서도 익명을 방패로 무차별한 신상털기를 자랑 삼아 하고 누리꾼들은 관음마냥 이를 즐기고 확대 재생산하지만, 당하는 입장에서는 수치심과 원한이 극에 달해 자살이나 잔인한 보복 등의 극단적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부모와 자식, 배우자 등 가족 간에도 서로 넘어서는 안 될 선이 있다는 것이나, 직장에서 상하 간, 동료 간에 업무적으로나 인간적으로 서로 지켜줘야 할 최소한의 예의가 있다는 것 또한 같은 이치라 하겠다. 아무리 감정이 격해져도 상대방의 역린을 건드리는 것은 삼가야 할 것이다.

한비자는 또 사람은 그 마음이 변화무상하여 기본적으로 믿을 수 없는 존재라고 하였다. 이러한 인간관을 바탕으로 법가를 설파한 것이다. 법제업무를 하는 입장에서는 이러한 가르침에 일면 동의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현실적으로는 오히려 상호 불신을 조장하는 법이 있다는 것 또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요즘 많이 볼 수 있는 신고 포상제도와 관련된 법, 일명 파파라치 법이다.

환경오염신고와 관련한 ‘환파라치’, 학원의 불법운영과 관련한 ‘학파라치’, 세금포탈과 관련한 ‘세파라치’, 불법 음원의 유포와 관련한 ‘음파라치’나 최근의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짝퉁 파파라치’ 등과 같이 법령에 따른 신고 포상제도가 50여개 있고, 자치단체가 도입한 것까지 합치면 전국적으로 수백 가지의 신고 포상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시민의 건전한 신고정신이나 준법정신을 바탕으로 법 위반행위나 범죄행위를 적발하고 방지하는데 필요하다고 보아 도입된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많은 시민들은 이러한 법들이 오히려 사람들을 이간질하고 불신 풍조를 증폭시키지 않나 우려하는 것도 사실이다. 경찰이나 공무원이 직무상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행정력이 모자란다는 핑계로 시민을 단속요원화하는 지극히 행정편의적인 발상이라는 비판도 있다.

이러한 제도가 잘못 운영될 경우 결국 만인의 만인에 대한 감시와 같이 법치가 아니라 인치의 수준으로 전락할 우려도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이런 제도를 악용하여 신고자를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학원까지 등장함으로써 신고 포상제도가 직업적 돈벌이의 수단이 되기도 하는 실정이다.

다행히 ‘도로교통법’처럼 이러한 폐단을 방지하기 위해 해당 제도를 폐지하는 경우도 나타나고는 있지만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2011년부터 시행되면서 더 확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앞으로는 신고 포상제도의 만만치 않은 부작용과 폐단을 충분히 고려하여 어떤 분야든 이를 도입하는데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작금의 국제정세는 춘추전국시대와 그 양상이 과히 다르지 않다고 본다. 기술이나 방법 면에서 보다 세련된 형태로 각 나라마다 부국강병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이러한 과정에서 국민 서로에 대한 신뢰와 협조를 바탕으로 한 발전이 바람직함은 물론이고, 서로의 치부를 들추고 공격하기보다는 여유를 가지고 치유하고 배려하는 모습의 사회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김형수 법제처 법령정보정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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