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로 접어들면서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이 발 빨라졌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 중소기업진흥공단, 농촌진흥청 등이 전주, 진주 등으로 이전했다. 주택금융공사, 자산관리공사, 대한주택보증 등은 연말까지는 부산으로 간다.

이미 2년전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을 시작으로 과천 공무원들이 세종시로 이전했다. 지난해에는 한국감정원, 지적공사 등이 대구 등으로 새 둥지를 옮겼다.

사실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대한 중앙언론의 기사는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기본적으로 비효율적 이전이라는 시각이 전제된 상태고, 서울의 눈으로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세종시 건설과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긍정적 효과도 분명히 있다. 다양한 각도에서 보자면 지방이전에 따른 편익 분석이 다르게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세종시의 A 사무관은 주말마다 ‘전국’을 대상으로 여행 다닌다. 지난주에는 통영에 다녀왔고 이번주에는 목포를 간다고 했다. 서울 출신인 그는 과천 살 때는 감히 갈 엄두를 못낼 곳이었다고 한다. 통영도, 목포도 세종시에서는 2시간 거리다. 주말 정체도 없으니 드라이브 하기에도 좋다. 그는 “우리나라가 좋은 곳이 많다는 것을 처음 체감한다”며 “지방을 보는 시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B과장은 “날씨 얘기를 할 때마다 왜 명동이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출근길에 툴툴댄다. 세종하늘은 파랗다. 아침 뉴스에서 “비가 오니 꼭 우산을 챙겨 나가시라”고 TV 기상캐스터가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비춰주는 곳이 명동거리였다.  B과장은 “서울 살 때는 으레 당연히 생각했던 것이 여기와 보니 달라져 보이는 것들이 참많다”며 “인구의 절반은 비수도권에 살고 있더라”고 말했다.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은 서울 중심 사회에서 분명 많은 비효율을 불러일으킨다.
많은 공무원들이 KTX 안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고, 비용도 적지 않다. 뜻하지 않게 별거하게 된 공무원 가족들도 많다. 그렇다면 서울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것이 마냥 효율적이었을까? 과천시내에서 광화문까지 밤이면 20분에 갈 수 있는 거리를 1시간 반이 걸려 가야 하는 비효율도 분명 있었다. 도시는 인구 7500만명이 넘어서면 집적에 따른 효율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든다고 한다.

수도권에서는 있으나 마나 한 기관이지만 비수도권 입장에서는 전체 산업구조를 바꾸는 중요한 마중물이 될 수 있다. 부산의 주요대학은 잇달아 금융관련 학과를 신설하고, 금융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주택금융공사, 자산관리공사 등 금융관련기관들이 잇달아 내려오는 것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부산은 기존의 한국거래소와 함께 금융도시로 만들어보자는 꿈을 갖고 있다.

부산대의 한 관계자는 “공공기관 이전을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지방발전의 큰 계기가 되기도, 아니기도 할 것”이라며 “부산국제영화제도 처음 시작할 때는 성공을 자신한 사람들이 없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이전의 간접적 효과도 있다. 관료들의 시각 변화다. 비수도권에 대한 시각이 서서히 바뀌고 있다. 비수도권을 수도권을 보조하는 조연이 아닌 또 다른 주체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30년쯤 뒤 공공기관 이전은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까. 그 기록은 지금부터 써가야 한다.   /박병률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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