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예외 없이 지하철노선 신설 뉴스에 귀를 쫑긋한다. 그도 그럴 것이 지하철은 버스보다 승차감이 안락하고 정시성이 뛰어나다. 지하철역이 새로 생기면 역세권을 따라 집값 상승이 자연스럽게 뒤따라오는 이유다.

최근에는 일반 지하철보다 속도가 더 빠르거나 주요 거점역만 정차하는 급행 지하철이 향후 수도권 부동산의 미래로 주목받고 있다. 주인공은 지하철9호선과 인천공항철도다.

개화역과 신논현역을 연결하는 9호선은 일반열차를 타면 구간 소요 시간이 50여 분이다. 반면 김포공항역에서 급행열차를 타면 신논현역까지 33분 정도 걸려 출근 시간대(오전 7~9시) 강서권과 강남권을 잇는 최단 시간의 교통 수단이다.

이렇다 보니 출근 시간대 승객들이 몰리면서 ‘출근 지옥철’이라는 오명이 나왔고 서울시는 지난해 9월 말 출근 시간대 2:1이던 일반열차와 급행열차 비율을 1:1로 조정해 혼잡도를 다소나마 개선했다. 급행열차는 일반열차보다 정차역이 적어 시속 16.6㎞를 더 빠르게 달린다.

인천공항철도는 인천공항을 출발해 시속 110여㎞로 서울역까지 9개 역사를 주파한다. 당초 김포공항에서 내린 후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하는 승객의 이동 편의를 위해 신설됐지만 승객이 태부족하자 코레일이 인수 후 홍대입구, 공덕, 서울역 등 서울 방향으로 노선을 연장하면서 지금의 형태가 됐다.

인천공항철도도 9호선 못지 않게 출근 시간대 ‘지옥철’에 가깝다. 서울로 넘어가기 전 인천의 마지막 역인 계양역은 인천공항에서 서울로 들어가는 관광객과 서울로 출근하는 사람이 뒤섞여 전동차 안은 미어터진다. 승객이 워낙 많다 보니 긴 줄의 뒤편에서 기다리던 승객들은 아예 다음 전동차를 이용한다.

두 노선은 김포공항에서 ‘평면 환승’이 가능한 점도 노선의 활용도를 높이는 주 요인이다. 공항철도를 이용해 출근하다 보면 특이한 장면을 자주 목격한다. 공항철도가 김포공항에 서면 승객들이 내리자마자 10m 맞은 편에 정차한 9호선 전동차로 잽싸게 달려가 승차한다. 환승시간은 대략 10초로 엄청나게 짧다.

지하철에서 짧은 환승시간은 승객들에게 엄청난 혜택을 제공한다.
우선 인천 거주자들은 과거에는 꿈도 꿀 수 없는 강남권 출근을 가능하게 한다. 치솟는 전셋값에 서울 거주 전세 난민들이 인천공항철도를 탈 수 있는 계양역과 검암역으로 몰려드는 이유다. 소비 여력이 든든한 강남권 주민 입장에서는 무거운 여행용 가방을 들고 낑낑대지 않아도 김포공항역에서 편하게 환승해 인천공항에 도착,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다.

급행의 장점에다 평면환승의 편리함까지 더해지면서 두 노선의 승객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9호선은 2009년 7월 개통 후 연 평균 승객 증가율이 15%에 이른다. 인천공항철도는 개통 초기인 2007년 승객이 워낙 적어 ‘공기만 수송한다’는 오명을 뒤집어 썼지만 올해 4월4일 일일 이용객 20만5,162명을 기록했다.

게다가 9호선은 내년 3월 업무시설이 밀집하고 관광수요까지 있는 봉은사역까지 연장 개통되고 인천공항철도는 내년 말 영종하늘도시 인근에 영종역이 새로 생겨 추가 수요가 예상된다.

국토부는 올해 킨텍스와 동탄을 잇는 광역급행철도(GTX)를 확정했다. 부동산시장에서 급행열차가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중대한 변수가 되고 있다.    /배성재 한국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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