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건설시장을 가다 (상) 카자흐스탄

카자흐도 2008년 부동산 거품 꺼지면서 시장 침체
최대 건설그룹 BI그룹 방문 후 새로운 가능성 엿봐
그룹 부회장 “한국 전문기업 찾았는데 와줘 고맙다”
11월 방한 요청하자 “함께 일하기 위해 꼭 방문할 것”

“비행기”

   ◇알마티에서 4개 신도시 건설사업인 ‘G4시티’를 진행하고 있는 카스피안그룹 간담회. 시공 참여보다는 자본투자를 원했다.
3박4일 일정의 카자흐스탄 방문을 마칠 즈음 강훈 해외건설협력위원장이 불쑥 꺼낸 말이다. 일행이 뜻을 묻자 강 위원장은 “‘비전을 갖고 행하면 기적은 반드시 일어난다’의 줄임말”이라며 “이번 조사단의 첫 발이 앞으로 큰 성과로 이어지도록 다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야말로 강행군이었다.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의 옛 수도 알마티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시작된 조사단의 일정은 현 수도 아스타나로 이어지면서 간담회와 현장방문, 그리고 호텔로 동선(動線)이 고정됐다. 카자흐스탄에 가면 꼭 들러봐야 한다는 텐산(天山)조차도 이동 중 버스 창을 통해 멀리 바라보는 것에 만족해야만 했다. 일정이 너무 빡빡하다는 볼멘소리가 간간이 터져 나왔지만, 3만2000여 회원사를 위한 먹거리 찾기라는 큰 목표 앞에 금세 묻혀 버렸다.

2017년 EXPO와 동계유니버시아드

   ◇조사단은 일정 중 잠깐 짬을 내 아스타나 인근에 위치한 스탈린시대 여성강제수용소인 알지르를 방문해 참배했다.
카자흐스탄은 국가면적이 세계 9위이지만 인구는 1800만 명에 불과, 내수시장이 협소한 국가다. 도시간 거리가 멀고 물류 인프라가 취약해 물류비용이 높다. 원유·천연가스와 천연자원이 풍부해 자원수출로 1인당 국민소득이 1만3000달러로 중앙아시아 최고 수준이다.

건설 산업 규모는 연간 143억 달러(2013년)로 연 4~9%씩 높은 성장세를 보이며 2015년에는 186억 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석유와 가스자원을 통해 확보한 재원을 바탕으로 정유·발전 등 플랜트 건설, 교통 인프라 확충 등 건설시장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2012년 발표된 2050 개발 전략은 △2015년까지 교통인프라 확충(60억 달러) △2040년까지 수자원부문 개선사업 진행(534억 달러) △2050년까지 원전 및 정유공장 등 10개 대형 인프라 사업 추진의 청사진을 담고 있다.

또한 2017년에 열리는 ‘아스타나 EXPO’와 ‘알마티 동계유니버시아드’를 앞두고 전시장·주거시설 등 관련 인프라 및 시설 확충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어렵지만 한편으로는 기회

   ◇아스타나의 동일토건 하이빌아파트 공사현장 방문. 동일토건의 진출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조사단 수뇌부가 하루 일정에 나서기에 앞서 호텔 로비에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첫 도착지인 알마티 공항에서 곧바로 현지 진출기업인 간담회 장소로 이동하는 버스 안. 김정훈 코트라 알마티 무역관 부관장은 “지난 2008년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전반적으로 시장이 가라않았다”며 “EXPO와 동계유니버시아드 같은 큰 행사가 있음에도 프로젝트 진행이 잘 안 되고 있다”고 시장 진출의 어려움을 얘기했다. 대표적 한국 투자사례인 삼성물산과 한전 참여 바라시 화력발전도 이명박 전대통령 때 합의했으나 지지부진하다가 박근혜 대통령이 독려하자 다시 움직이는 식이라는 것이다.

◇알마티에 우림건설이 지은 아파트 애플타운 내부에 걸린 아이들 그림. 입주민들과 소통하는 현지화의 일환이다.
그러면서 김 부관장은 “어렵지만 한편으로는 기회”라며 “동일하이빌 등 우리 기업 진출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지 진출 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 구민재 해외건설협회 알마티 지부장도 “리스크가 많은 곳”이라면서도 “전문기술을 바탕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국 국토의 27배 땅덩어리… 건설 수요 무궁무진
환율·더딘 의사결정·자본투자 선호 등 장애물이 변수
건설분야 면세 등 혜택 많아 현지화하면 도전해 볼만
표 회장 “전문건설도 해외시장 개척해 글로벌화하자”

   ◇알마티에 우림건설이 지은 아파트단지인 애플타운 방문. 현지 업체가 지은 아파트보다 분양가가 훨씬 높은데도 인기가 있어 높은 분양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알마티시청·카스피안그룹·아스타나시청 등과의 간담회가 이어졌지만 시공보다는 직접투자를 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해외시장 직접진출을 염두에 둔 조사단의 분위기도 시시각각 가라앉을 수밖에 없었다. 표재석 회장과 심상조 서울시 회장, 박원준 경기도 회장은 계속해서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될 일”이라며 “전문건설을 위한 밀알이 되자”고 독려했다.

조사단의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카자흐스탄의 최대 건설그룹인 ‘BI그룹’을 방문하면서부터였다. 아스트나에 본부를 둔 BI그룹은 임직원수가 7200명에 이르며, 지금까지 도로 1000여km·철도 700여km·교통인프라 5만여㎡·주택 120만㎡ 이상, 상업빌딩 50만여㎡ 등을 성공적으로 공사한 기업이다. 사내대학과 기술훈련원도 갖고 있으며, 현대건설과 함께 일한 경험도 있다고 한다.

   ◇알마티 시청 건설 담당자와 간담회에 앞서 우리 전문건설업체들의 높은 전문성을 소개했다.
조사단을 직접 맞이한 그룹 2인자 메틴 팔릭 부회장은 “내년에 석유화학 플랜트 공사 등 해야 할 일이 많다”며 “나야말로 한국의 전문기업을 찾고 싶었는데 직접 찾아와줘 고맙다”고 오히려 감사를 표했다. “공사 아웃소싱도 하느냐”는 심상조 서울회장의 질문에 “도로의 경우 30% 정도 아웃소싱 한다”고 말하는 등 조사단의 여러 질문에 성심성의껏 답하는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표재석 회장은 11월 한국 방문 시 협회를 방문해 달라고 요청했으며, 팔릭 부회장도 꼭 방문해 한국의 전문건설업체들과 일할 기회를 만들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다.

철저한 현지화 반드시 필요

   ◇한국의 코트라에 해당하는 카즈넥(투자유치청)을 방문해 간담회를 가진후 표재석 회장이 아셀 무라토부나 부대표로부터 선물을 받고 있다.
이번 현장조사일정 중 만난 대부분 사람들은 ‘현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카자흐스탄에서는 사업기회가 많고 중앙아시아의 중심으로 주변국가 진출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으나, 외생적인 돌발변수가 많아 현지에서 리스크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건설의 경우 ‘투자우선순위산업’으로 지정돼 있어 재산세와 토지세 5년 면세 혜택, 법인세의 경우 10년까지 면제 또는 유리한 감가상각 방식 적용 등 혜택이 주어진다. 아스타나 등 경제특구에서는 이외에 더 많은 혜택이 있다.

카자흐스탄은 아직 건설수요가 무궁무진하다. 2008년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다소 주춤하고 있기는 하나 한국의 27배 땅덩어리는 곳곳을 채워달라고 간절히 바라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환율불안·더딘 의사결정·자본투자 선호·돌발변수 리스크 등 어려운 점이 많지만, 경제중심지 알마티와 프로젝트 중심지인 아스타나를 중심으로 인프라 등 개발수요가 많고 한국제품의 품질을 인정하고 있어 전문업계로서도 서서히 도전에 나서볼 만하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표재석 회장이 백주현 주 카자흐스탄 대사와 간담회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표재석 회장은 “폴란드와 체코를 거쳐 카자흐스탄을 둘러보면서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말을 새삼 실감하고 있다”며 “전문건설업계도 글로벌화해서 국내시장 뿐 아니라 해외시장도 열심히 개척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건설은 이제 막 해외시장의 초석을 놓았다. 그 길이 아무리 험해도 미래를 위한 기회로 만들겠다는 신념과 의지로 개척해나가겠다는 도전정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어차피 모든 길은 다 건설로 통한다. /알마티·아스타나= 최범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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